총선 뛰는 후보자들 “명당 선거사무실을 잡아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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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9일 치러지는 제18대 총선에서 대전 중구에 출마한 권선택 후보 사무실<左>과 강창희 후보(한나라당) 사무실(우)이 마주보고 있다. 17대 총선에서 당선된 권 후보는 당시 선거사무실을 다시 사용하고 강 후보는 4명의 당선자를 배출한 건물을 사무실로 사용하고 있다. [사진=프리랜서=김성태]

제18대 총선에 출마한 후보자들의 선거운동이 한창이다.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거리유세를 벌이는가 하면 시민과 차량통행이 많은 네거리 등에는 후보자들의 플래카드가 넘쳐난다.

그러나 후보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전략을 짜고 판세를 읽는 선거 사무소다. 일부 후보자들은 ‘ 당선자를 많이 낸 사무실’, ‘초선을 당선시킨 사무실’ 등 풍수지리를 중요하게 여긴다.

물론 일부 후보들은 사람들의 이동이 많은 곳에 위치한 사무실을 선호하는 실용파들도 있다.

그 만큼 어떤 곳에 사무실을 두느냐에 따라 당락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고 후보자들은 판단하고 있다. 이 때문에 각 후보자들의 사무실에 얽힌 사연도 가지가지다.

◇당선 명당을 찾아라=대전 중구에 출마한 권선택 후보(자유선진당)는 17대 때 당선 후 사용하던 중구 대흥동 사무실을 이번 선거에 출마하면서 선화동(충남도청 앞)으로 옮겼다. 이 곳은 권 후보가 17대 총선 때 금배지를 달게 해 준 명당이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권 후보 측 관계자는 “인지도가 없던 17대 때 후보를 의원으로 당선시킨 곳”이라며 “사무실 위치가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4년 전 승리를 한 곳이기 때문에 각오가 남다르다”고 말했다.

같은 선거구에 출마한 강창희 후보(한나라당)는 중구 대흥동에 선거사무실을 차렸다. 강 후보의 사무실은 본래 문화동이었지만 이번 선거가 시작되면서 현재의 영덕빌딩으로 옮겨왔다.

이 건물은 2006년 지방선거 때 이은권 중구청장이 당선된 곳이다. 강 후보 선거사무실인 4층은 2002년 지방선거 때도 당시 한나라당 후보로 나서 대전시장에 당선됐던 염홍철 전 대전시장이 중구 연락사무소로 사용했다.

2006년 지방선거에서는 현 박성효 대전시장이 중구 연락사무소로 사용해 ‘명당’으로 손문이 나 있다. 때문에 이 사무실은 선거시작 전부터 후보자들 간에 서로 얻으려고 경쟁이 치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덕구에서 출사표를 던진 정치 초년병 이창섭 후보(한나라당)는 중리동 5거리에 사무실을 얻었다. 지난해 당원협의회장 경선과 한나라당 지역구 후보 공천에서 두 번이나 통과한 명당이다.

이 후보 측 관계자는 “유동인구가 많고 가시적인 효과가 기대돼 사무실로 정했는데 당내 경선에서 좋은 결과를 가져 온 것”이라고 믿고 있다.

◇구당(舊堂)이 명당(明堂)=15·16대 국회의원을 지낸 대전 서을 이재선 후보(선진당)는 16대 때부터 한 사무실(대전 서구 갈마동 영민빌딩)을 고집하고 있다.

“17대 총선과 2007년 보궐선거에서 연거푸 고배를 마셨지만 자신에게 금배지를 달게 해 준 곳을 떠날 수 없었던 같다”이 후보 관계자는 설명했다.

이 후보는 지난해 보궐선거 때 당선된 심대평 후보(선진당)의 사무실을 후원회 사무소로 물려받았다. 이 후보측 관계자는 “충청권의 정치 거물 심대평 후보의 기(氣)를 받기 위해 이 사무실을 물려 받았다”고 귀띔했다.

4선에 도전하는 통합민주당 김원웅 후보(대덕구)와 2선인 박병석 후보(서구갑)도 처음 선거 출마 때 얻었던 사무실을 이번 선거에서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박 후보 측 관계자는 “주변에서 기(氣)가 서려 있어 선거 때 마다 쟁쟁한 경쟁자를 물리치고 8년 간 이 사무실을 이용하다보니 주민들과 친숙해졌다” 고 말했다.

글=신진호 기자, 사진=프리랜서=김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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