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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근·이중섭, 미공개作 함께 전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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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 처음 공개되는 이중섭의 1953년작 유화 '봄'(왼쪽). 박수근의 1961년작 연필화 '아이업은 소녀'(오른쪽).

박수근(1914~65)과 이중섭(1916~56)은 작고 후 더 유명해지고 평가받고 그림값이 뛴 화가들이다. 살아서 가난과 고독에 시달렸던 두 사람은 눈을 감은 뒤 전설로 다시 태어나 한국미술사에서 가장 극적인 신화를 창조했다. 아무도 이해해주지 않는 그림에 몰두하며 병든 육신을 다 태워버리고 떠난 뒤에 그들에게 쏟아진 찬사는 생의 잔인함과 역설을 보여준다.

올해는 박수근이 태어난 지 90년이 되는 해. 이중섭이 영안실에 방치되는 비극적 죽음을 맞이한 지도 반세기가 가까워 온다. 17일부터 31일까지 서울 관훈동 가람화랑에서 열리는 '한국적 아름다움의 원형-박수근.이중섭'전은 두 화가의 미공개 연필화와 유화 20여 점을 모아 선보이는 자리다. 궁핍한 생활과 역전된 사후의 영광에만 쏠리는 일방적 시선 때문에 정작 그들의 그림 세계를 제대로 연구하지 못했다는 반성이 이번 전시회를 마련한 계기라고 화랑 쪽은 밝혔다.

박수근은 화강석 표면처럼 거칠거칠한 화폭에 서민들의 애잔한 일상을 담은 유화 작가로 주로 알려져왔다. 이번에 발굴된 그의 연필화는 흔히 밑그림이나 스케치로 가볍게 여겨지는 소묘와는 다른 완성도를 지닌 것으로 작가 특유의 작품성을 보이고 있어 눈길을 끈다. 한국 근현대미술사연구가인 최석태씨는 박수근의 연필화가 "간단한 묘사나 다른 그림을 위한 준비가 아니라 독립된 그림의 성격이 뚜렷하다"고 설명했다.

이중섭은 담배를 싸는 은박지를 긁어 그린 뒤 물감을 메워 완성한 그림(양은박지화)으로 일가를 이뤘다. 하지만 물자가 부족한 피란지에서 가난한 화가가 발명했을 이 독특한 영역을 제대로 인식한 연구 성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처음 공개된 이중섭의 유화 '봄'과 '욕지도 풍경'은 그의 친구였던 시인 김광균(1914~93)이 지니고 있던 것으로 말년에 통영에 머물며 그린 풍경화다. 지상에서 얻을 수 없었던 낙원에 대한 화가의 동경이 소박하게 드러나 있다. 02-732-6170.

정재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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