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승진 유니폼 사이즈 ‘XXXXXXXL’… 침대 길이 2.7m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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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길이가 2.7m나 되는 하승진의 침대. 성인 남자가 팔을 뻗어도 한참 남는다.

28일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에 있는 프로농구 KCC의 숙소를 찾았다. 2008 프로농구 신인 드래프트에서 KCC에 전체 1순위로 지명된 국내 최장신 운동선수 하승진(23·2m22㎝)의 방에 처음 들어서자 조너선 스위프트의 동화 『걸리버 여행기』 속으로 들어간 기분이 들었다. 걸리버가 대인국에서 느낀 황당함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350㎝의 신발 사이즈에 X가 7개나 붙는 ‘7엑스라지(XXXXXXXL)’ 크기의 유니폼도 대단했지만 하승진의 ‘매머드’ 침대는 상상을 초월했다. 세로 270㎝, 가로 150㎝의 침대는 작은 방 하나 크기와 맞먹을 듯했다. 기자는 침대 끝에 발을 붙이고 힘껏 만세를 불렀다. 그렇게 하고도 60㎝ 이상은 남는 것 같았다. 키가 큰 성인 남자가 침대 끝에 발을 붙이고 두 팔을 위로 뻗는다 해도 전체 길이의 3분의 2에도 못 미칠 판이다. 보통 성인 남자는 이 침대에선 어린이가 된 기분을 느낄 것 같다. 키가 작은 여성들은 조금만 구부리면 가로로 누워도 충분히 휴식을 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KCC는 하승진을 위해 매머드 침대를 특수 제작했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제품 중 가장 큰 킹사이즈도 세로 길이가 200㎝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매트리스는 퀸사이즈 두 개를 붙여서 만들었다. 하승진의 책상은 성인 남자의 허리 높이다.

정찬영 KCC 운영팀장은 “서장훈을 영입했을 때도 특수 제작을 해봤지만 하승진의 침대를 만들기는 몇 배 더 힘들었다”고 말했다. 조진호 홍보팀장은 “하승진도 새로 제작한 침대에 만족해한다”고 말했다.

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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