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포커스>미국의 지역주의와 政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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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6.27선거에서 배타적 지역주의가 다시 두드러지게 삐져나왔다.이번 선거는 그 의미가 각별하기에 그런 부작용에 대한 허탈감도 그에 비례해 더욱 큰것 같다.그러나 개탄만 하고 있을 것인가. 지역주의는 어차피 단시일에 없앨 수도,없는 것으로 돌릴 수도 없는 고질이다.우리만 유독 당하고 있는 문제도 아니다.
미국의 경우 지역주의는 자연스럽다.
미국이야말로 지역주의 경향이 훨씬 강한 나라다.우리나라의 지역주의.지역감정보다 이들은 그 요인이 더욱 복잡하고 다양하다.
인종마다 이민과정과 형태가 다르고 경제도 지역마다 특성이 두드러진다.지역주 의와 그로 인한 분쟁은 늘 존재해왔고 악화 잠재성은 우리보다 훨씬 심각하다.남북전쟁이 단적인 예(例)인것은 말할 것도 없다.
지금도 그들은 지역주의를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다.그렇다고 해서 이를 억지로 감추려고도 하지 않는다.다만 주목되는 것은 이로 인해 우리처럼 심각한 정치적 갈등은 겪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히려 정치가 문제를 해결해오고 있는 셈이다.
한마디로 미국이 내재적으로 안고 있는 지역주의 문제를 다름아닌 정당이 완화역할을 하고 있는 사실을 우리 정치지도자들은 깊이 인식해야 할 것 같다.물론 정당이 나름대로 지역분파.갈등요소를 완화하고 있는 것은 정치인들의 애국적 충정에 서라기 보다는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한 이기적 정치동기 때문이기는 하다.
미국 정당들은 정권쟁취를 위해 가능한한 최대로 광범한 요소의연합을 구축해야 한다.정당은 서로 다른 이해집단과 지역집단을 한데 끌어모아 상호간의 적대감을 완화하고 당에 대한 일체감으로화해를 조성하려고 적극 노력하는 것이다.선거에 서 승리해 집권당이 되기 위해선 당(黨)을 중심으로 한 집단간 연합이 최대한필요하기 때문이다.
잘 알려진대로 미국의 정당은 평소에 우리나라 정당과는 비교도안될 만큼 응집력이 미약하다.
중앙당이란 개념조차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다.그러나 선거에 관한한 얘기는 달라진다.
선거승리를 위해서는 필요한 경우 당내 이해집단.지역집단의 주장이나 견해를 억압하는 경우까지 발생한다.대개는 희생당하는 집단이 번번이 비슷한 입장에 몰리기 때문에 문제가 되기는 한다.
따라서 미국 정당의 관점,선거전략 차원에서 본다면 이번 우리나라 6.27선거에서 3金과두체제의 정당들이 드러낸 지역분파 조장등의 정치행태는 아예 진정한 선거승리,궁극적으로는 수권세력으로서의 자세와는 거리가 먼 짓들이라 할 것이다.
어차피 적지 않은 유권자들은 이들을 정점(頂點)으로 기회가 있을 때마다 지역반목,대립을 부추겨온 정치인들에 대해 극히 회의적인 시각(視角)을 보내고 있다.
우리 기억에 그들은 민생문제등을 포함해 뚜렷한 정책대안을 내놓은것 같지도 않다.국회가 열릴 때마다 이들이 벌여온 파행과 파쟁이 이를 증명한다.
선거때마다 번지르르하게 내놓았던 공약을 정책으로 반영하려는 노력도 별로 유권자의 성에 차는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선거전후 또는 선거과정에서 국민에게 다짐한 약속 과 일치하는 행동을보이지도 않는다.
우리 정치현실의 실상이 이렇다면 선거는 왜 하는가.국민적 정력낭비요,막대한 국력 소모일 뿐인가.그렇지는 않다.3金은 3金이고,선거는 선거다.어차피 선거는 카타르시스다.기분 나쁘고 짜증나고 불만스런 심정을 배설하는 계기일 수도 있다 .
과두체제다,지역할거주의다 하며 당장 하늘이 무너지는 것처럼 탄식할 일만도 아니다.더구나 우리는 경위야 어쨌든 사실상 헌정(憲政)사상 처음으로 내 동네를 위해 뛰어줄 일꾼들을 우리 손으로 뽑아놓지 않았는가.
〈美洲총국장〉 <한남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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