失鄕기업인북한진출 "부푼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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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이번엔 정말 잘될까. 아니면 또 다시 무산되고 말것인가. 쌀협상 타결에 따라 남북경협 재개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실향 기업인들이 북한진출의 꿈이 다시 가슴설레고 있다. 그동안의 수차례도전때마다 좌절을 격어야 했기 때문에 아직 성급한 청사진 제시들은 자제하고 있다.
그리고 이번에는 경수로.쌀 협상의 잇따른 타결로 「과거와는 다르다」는 분위기 속에 한동안 중단했던 대북(對北)진출 계획을다시 짜기 시작했다.
평북 영변태생으로 선친이 독립운동가였던 장치혁(張致赫)고합그룹 회장은 쌀 협상이 진행됐던 베이징(北京)에서 북한측과 접촉해 북한내 봉제공장 설립등 합작사업을 논의하는등 가장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는 지난 92년 북한을 직접 다녀온 적이 있는 재계(財界)북한통(通)으로 전경련이 최근 창설한 남북경협특위의 초대위원장도 맡았다.특위 첫 모임에서 그는 『남북경협은 그동안 너무 오래 기다려 지친 상태이나 앞으로는 예상외로 빨라 질 수도 있을것』이라며 적극적인 진출자세를 강조해 관심을 모았다.현대그룹의경우 강원도 통천 출신인 정주영(鄭周永)명예회장의 재방북(再訪北)을 추진하고 금강산 개발과 조선.철도 합작사업등 예전에 추진했던 사업및 경수로 건설등 신규 사업 진출을 함께 모색할 방침이다. 鄭명예회장과 동향인 박용학(朴龍學)대농그룹 명예회장은실향민인데다 모기업이 인력난이 심한 면방업이어서 남북경협 진전을 어느 그룹보다 반기고 있다.
창업주의 고향이 평남 용강인 진로그룹(회장 張震浩)도 용강지역에 대규모 식음료단지를 건설하고 평양에 백화점을 짓는 문제를다시 추진키 위해 북한팀을 조만간 중국에 보낼 계획이다.
평북 정주가 고향인 최태섭(崔泰涉)한국유리 명예회장은 북한쪽양질의 규사를 이용한 판유리 공장건설에 애착을 갖고 있고 서성환(徐成煥)태평양그룹 회장은 고향인 황해도에 화장품.생활용품 공장을 세우는 것이 꿈이다.
총수나 창업주의 고향이 이북(以北)인 대기업과 중견기업은 줄잡아 1백여곳.따라서 앞으로 이들 기업의 움직임이 남북경협을 활성화시키는 촉매제가 될 것으로 재계는 보고 있다.
〈閔丙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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