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경륜장주변 야바위꾼 활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9면

경륜이 과연 국민들의 여가선용의 새로운 장으로 정착될 수 있을까.경륜장인 올림픽공원 벨로드롬주변에서 최근 일어나고 있는 작태를 보노라면 경륜이 당초 표방한대로 「건전한 그린스포츠」로정착되기는 커녕 오히려 도박꾼들의 온상으로 변 질되지는 않을까하는 우려가 앞선다.
매주 금요일 경륜이 끝나는 시점인 오후 6시쯤이면 경륜장 입구는 어김없이 나타나는 일단의 도박꾼들로 일대 혼잡을 이루기 일쑤다. 이들은 라면박스나 철거하기 편한 나무상자를 두어겹 쌓아 놓고 주사위나 화투장으로 이른바 「돈놓고 돈먹기」 도박판을벌이는 야바위꾼들.
요즘 서울의 어느 거리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이 도박판 광경이 경륜장입구인 올림픽공원 남문앞 대로변에서,그것도 백주대낮에버젓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경륜레이스가 토.일요일에도 펼쳐지지만 유독 금요일 이때쯤 야바위꾼들이 활개치고 있는 것은 금요일이야 경마가 없는 날이어서「검은 돈」을 가장 많이 갈취(?)할 수 있을 것이란 계산에서다. 실제로 경륜의 하루 매출규모를 보면 경마꾼들이 주종을 이루는 금요일의 경우 벌써 10억원대를 넘어서 주말 휴가인파가 많은 토.일요일 매출의 10배를 훨씬 웃돌고 있는 실정이다.따라서 야바위꾼들은 금요일 경륜이 끝나는 시점에 때맞춰 경륜에서돈을 번 사람은 물론 돈을 잃은 사람들의 주머니까지 몽땅 털어낼 심산으로 좌판을 벌여놓고 행인들의 발길을 끌어 모으고 있는것이다.더욱 한심한 것은 대로변에서 이같은 도박판이 벌어지고 있는데도 단속의 손길이 전혀 미치치 않고 있다는데 있다.
경륜사업본부측은 이같은 「범법행위」가 경륜장입구에서 자행되고있는데 대해 아는 듯 모르는 듯 전혀 무관심한 모습이다.더욱이올림픽공원안팎의 안전사고와 탈법행위를 막기 위해 경찰요원을 상주시키고 있는 송파경찰서도 이들 도박꾼에 대한 규제를 외면하고있는데 사태의 심각성이 있다.
경륜의 시행주체인 국민체육진흥공단은 말로만 건전스포츠를 주장할 것이 아니라 지금부터라도 주변을 깨끗이 하는 노력을 경주해야 할 때다.
〈鄭太熙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