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7개 TF’만든 기획재정부 질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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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식으로 일을 하니까 모피아라는 소리까지 듣지 않습니까.”

25일 이명박(얼굴) 대통령이 주재한 청와대 국무회의는 기획재정부에 대한 질타의 장이 됐다. 이 대통령이 문제를 삼은 대상은 기획재정부의 ‘특별팀’ 신설이었다. 기획재정부는 최근 정식 직제에 없는 7개의 TF팀을 만들었다. 보직을 맡지 못한 국장급 간부들에게 자리를 만들어 주기 위해 조직을 새로 만든 것이다. 그래서 조직 슬림화라는 새 정부의 정부 개편 방향과 거꾸로 가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편법은 절대 안 된다”고 말문을 연 이 대통령은 “떨어져 나간 사람으로 무슨 팀을 만드느냐. TF팀을 만들려면 정규 인원으로 구성해야지 어떻게 떨어져 나가 있는 사람들로 팀을 만드느냐. ”며 목소리를 높였다고 청와대 관계자는 전했다.

그는 특히 “그런 식으로 TF팀을 만들어 유휴 인력들을 모아놓고, 나중에 또 민간 기업에 전화를 걸어 ‘이 사람들 좀 써 달라’고 부탁하고…제발 그런 나쁜 일 좀 하지 말라”고 지적했다. 이 과정에서 이 대통령은 과거 재정경제부 출신 공무원들끼리 밀어주고 당겨주며 자리와 이권을 독식한다는 뜻에서 붙여진 ‘모피아(MOFIA·재경부+마피아)’란 단어까지 거론하며 기획재정부의 ‘구태’를 지적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이 같은 온정주의는 새 정부에선 통하지 않는다”며 “정부 부처가 조직 정원을 제대로 줄였는지 직위와 명단을 빨리 상세하게 보고하라”고 원세훈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즉석 지시했다.

그러면서 “부처별 잉여 인력은 당장 4월 1일부터 6개월이나 1년 코스로 공무원교육원에서 교육을 받도록 하라”며 “교육 기간 중엔 부처에 결원이 생기고, 인력 수요가 있더라도 절대로 다시 부처로 돌아갈 수 없도록 하라”고 못을 박았다.

주문은 계속 이어졌다. “장관이 밑의 사람들 주장에만 의지하면 6개월만 지나도 구태를 답습하며 옛날로 돌아간다. 공무원들이 워낙 보고서를 잘 만들지 않나 ….”

이 과정에서 이 대통령의 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장관 한 사람이 ‘TF팀’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얘기를 했다. 이 대통령은 즉각 “과거 발상대로 모든 문제를 정부가 해결하려고 하지 말라. 민간에 맡길 것은 맡기는 게 정부의 할 일”이라고 톤을 높이는 등 “코미디 같은 일이 국무회의에서 벌어졌다”는 게 청와대 관계자의 전언이다. 신규 인력 충원과 관련해서도 이 대통령은 “인력 수요가 발생하면 기존에 있던 사람을 쓰지 말고 새로운 사람을 쓰라”고 했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의 얼굴이 상기됐고, 참석한 장관들 사이엔 싸늘한 기류가 흘렀다. 분위기가 경색되자 이 대통령은 20년 이상 교분을 쌓아 온 측근이기도 한 강 장관을 쳐다보며 “다른 부처에도 교훈이 될 좋은 소재를 제공해 줘 고맙다. 어떻게 보면 공을 세웠다”고 뼈 있는 조크를 했다.

서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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