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 혈흔’ 주인 못 밝힌 채 수사 마무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0면

경기도 교육청은 25일 안양 명학초등학교에서 ‘우예슬, 이혜진양 사건’으로 인한 스트레스 장애·충격 등을 예방하기 위한 집단 상담을 실시했다. 전문 상담교사가 학생들에게 사건을 접했을 때의 생각을 그림으로 표현하게 한 뒤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변선구 기자]

경찰은 25일 이혜진(11)·우예슬(9)양 살해사건 피의자 정모(39)씨의 신병과 관련 수사기록을 검찰로 송치했다. 하지만 정씨 집에서 발견된 ‘제3의 혈흔’에 대한 추적 조사가 이뤄지지 않는 등 허술한 수사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사건을 넘겨받은 수원지검은 형사3부 소속 검사 5명으로 수사팀을 꾸렸다. 수원지검 관계자는 “먼저 안양 초등학생들이 살해되기까지 경위를 수사하고 언론에서 제기한 부분도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의문점을 살펴봤다.

◇제3의 혈흔=정씨 집 화장실 벽에서 정씨나 피해 어린이들이 아닌 다른 남성의 혈흔이 발견됐다. 범행 도구로 사용된 톱 2개의 손잡이에선 정씨와 또 다른 남성의 체액이 발견됐다. 정씨의 범행에 가담한 공범이거나 아직 드러나지 않은 범행의 피해자일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경찰은 제3의 혈흔과 체액의 출처를 확인하지 못했다.

제3의 범행 장소에 대한 의문도 나온다. 경찰은 당초 두 어린이를 집에서 살해한 뒤 렌터카를 이용해 시신을 유기했다고 발표했다. 수원 호매실나들목 부근 야산에 이양의 시신을 암매장한 다음 시흥시 군자천에서 우양을 버렸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장검증 때는 동선이 달라졌다. 먼저 이양의 시신만 싣고 가 땅에 묻고 집으로 돌아와 다시 우양의 시신을 싣고 군자천으로 갔다. 범행의 직접증거인 시신을 빨리 처리해야 하는 상황을 고려하면 납득하기 어렵다.

특히 정씨의 렌터카 주행거리는 179㎞였다. 집→호매실나들목→군자천→집의 거리를 합해야 100㎞ 남짓하다. 이 때문에 경찰이 부족한 거리를 채우기 위해 동선을 짜맞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추가 범행 없나=정씨는 2004년 군포에서 실종된 40대 여성도 자신이 살해했다고 자백했다. 그럼에도 물증을 전혀 확보하지 못했다. 지난해 1월 6일 발생한 안양시 동안구 관양동 노래방 도우미 K씨(38·여·중국동포) 실종 사건과의 관련성도 제기됐다.

경찰은 정씨가 K씨 실종 당시 대리운전 일을 하지 않았고 실종일 전후 2∼3일 동안 휴대전화 통화내역이 없어 정씨가 어디에 있었는지 확인되지 않았다는 것을 이유로 정씨에 의한 범행이 아닌 것으로 잠정 결론 내렸다. 다만 경찰은 2006년 12월∼2007년 1월 발생한 경기 서남부 부녀자 연쇄 실종 사건의 경우 동일범에 의한 소행으로 추정하고 있다.

글=정영진·홍혜진 기자, 사진=변선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