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停戰협상 파기위협 의도-美와 평화협정 체결布石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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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남북 쌀협상이 타결돼 대북(對北)수송만을 남겨놓은 상황에서 북한이 돌연 정전협정 무효화 선언을 한국전쟁 45주년인 25일공포하겠다고 통보해와 긴장감이 감돌고있다.
북한이 22일 영관급 접촉에서 밝힌대로 25일중 정전협정 파기선언을 할지,설령 하더라도 이것이 그간 있어온 정전협정 무효화 시도 연장선상의 의례적인 것인지 등에 따라 우리측의 대응이달라지겠지만 어쨌든 화해무드 속에 돌출한 것이어 서 더욱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정전협정은 53년 한국전쟁을 휴전상태로 전환하기 위해 맺은 협정이다.남북한이 군사적으로 균형을 유지하고 있는 것도 이 정전협정에 따른 것으로 만약 아무런 대안없이 정전협정이 일방적으로 무효화되면 남북한은 형식상으로는 전시(戰時)상 태가 된다.
북한은 이미 정전협정의 시행인 북측 중립국감독위원회를 쫓아내중감위를 와해시켰고 판문점 군사정전위에서도 철수,정전협정에도 없는 「조선인민군 판문점대표부」를 설치해놓고 있다.따라서 북한측의 정전협정관련 기구는 이론상으론 없는 셈이다 .
그러나 시점이 시점이어서 북한의 이상(異常)행동은 많은 억측을 일으키고 있다.
우선 미국과의 직접협상으로 평화협정을 체결하기 위한 직격탄의성격으로 해석할 수 있다.
경수로 협상의 마무리로 7월중 北-美연락사무소 설치문제가 논의되는데 이를 정치협상으로 변질시켜 평화협정체결을 모색하려는 포석이 아니냐는 것이다.
그리고 단기적으로는 북한측 대표가 파기선언 이유로 제시했듯이北-美장성급 직접접촉을 성사시키려는 압박외교술의 일환일 수 있다. 정전체제가 무너지면 남북한 사이에 발생될 수 있는 돌발사태를 조정할 수 없게 되는데 주한유엔군 사령관의 입장에서는 어떤 형태로든 북한과의 군사적 접촉을 유지할 수 있는 창구가 필요할 수밖에 없다.말하자면 북한이 원하는 北-美 장성 급접촉이라도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다른 배경으로는 한국이 바라는 공개적인 당국자 관계에 찬물을끼얹는다는 점을 생각할 수 있다.즉 남북정상회담은 물론 당국간회담에 당분간 응하지 않겠다는 것이며 특히 군사문제는 미국과 협의하겠다는 것으로 파악된다.
만약 북한이 예고한대로 정전협정 파기를 선언한다면 쌀문제가 원점으로 돌아갈 여지가 있는데 북한이 쌀을 거부하는 수준까지 갈것인지는 아직 의문이다.이는 모든 것을 원점으로 돌리고 북한은 국제사회의 비난을 감수해야 하는데 북한의 안팎 이 그럴 상황이 못된다.
그런면에서 북한의 이번 통보는 북한내부 단속차원이라는 분석이더 그럴듯 하다.북한의 강경파와 온건파의 갈등을 불식시키기 위한 조치라는 것이다.북한이 체면 불구하고 한국쌀을 들여오는데 따른 군부(軍部)를 중심으로 한 강경파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정전협정을 무효화,긴장을 조장하고 내부결속을 다지려는 의도일 수 있다는 얘기다.
〈金珉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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