本紙기자가 본 일본-샐러리맨의 한국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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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일본의 보통 샐러리맨은 한국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을까.한국에서 차지하는 일본이라는 나라의 비중,특히 경제적 중요도에 비해일본사회가 느끼는 한국의 비중은 상대적으로 적다.그「감각차(感覺差)」는 일본 샐러리맨의 한국인식에도 그대로 반영되고 있는 듯하다. 다다미 마사요시(忠見正仁.39)는 일본의 대형 광고업체인 (주)다이코(大廣)도쿄 본사의 부부장(副部長)이다.우리나라로 치면 고참과장급.부인과 두 아이가 있으며 월 6만엔(약54만원)의 용돈중 절반이 술값에 들어가는 평범한 대기업 사원이다. 『한국이라면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와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박정희(朴正熙)의 군부독재 등이 연상됩니다.최근에는 삼성.현대.대우같은 기업들도 머리에 떠오르고요.몇년 전까지는 현대자동차를 한국의 대표적 상품으로 여겼는데 지금 은 전자제품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다미에게『고교시절 학교에서 시험을치를 때 한국에 관한 문제가 출제된 기억이 있는가』고 물었더니『특별히 기억나는 것이 없다』고 했다.학교에서 한국의 역사에 관해 배운 것은 한일합방부터 38선 분단까지의 근현대사와 훨씬전의 삼국 시대(고구려.백제.신라시대)정도.그 사이 1천년 이상의 역사에 대해서는 배운 기억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에 두차례 가 본 적이 있다.첫 방문은 80년 서울을 경유하는 비행기편으로 방콕에 출장가던중 기체고장으로 김포공항에 발이 묶인 덕분(?)이었다.서울의 호텔에서 하룻밤을 지낸「강제관광」의 기억은 삼엄한 공항경비와 독특한 김 치냄새,일본의 60년대와 비슷하게 느껴지는 거리풍경이었다.그러나 대전박람회 참관차 4박5일간 다녀 온 93년의 한국여행에서 다다미는 몰라보도록 변한 한국의 모습에 놀랐다고 한다.『서울역에서 대전까지 기차로 여행했는데 창밖의 농촌풍경 이 일본과 비슷해 그동안 꽤 발전했다고 느꼈습니다』고 말했다.
그는 양국간에 상품만이 아니라「사람의 교류」가 더욱 늘어나야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나는 일본에 대한 한국의 대부분 여론이 60대이상 세대와 매스컴,그리고 교육에 의해 만들어지기 때문에 일면적(一面的)인경향이 많다고 느낍니다.내 자신도 이웃나라인 한국과 접촉한 경험이 적지만 사람,특히 젊은이들간의 교류가 늘어 좋은 면과 나쁜 면을 포함한 일본의 참모습을 한국인들이 보게 되었으면 합니다.』 그는 최근 와타나베前외상의 망언에 대해『역사인식도,외교감각도 없는 발언』이라며 불만을 표했다.독일이 과거사를 정리하고 다른 유럽국가들과 새시대를 만들어 나가는 것처럼 일본도 한국.중국등 아시아 국가의 지도자들을 초청,함께 의논해 과거사를반성하고 미래를 지향하는 결의를 하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그는 일본이 아시아를 침략했지만 미국에 대해서만큼은 피폭(被爆)같은 피해자의 측면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東京=盧在賢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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