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 포터』 쓴 J K 롤링 고백 “우울증 시달려 자살 생각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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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포터’ 시리즈를 쓴 영국 작가 J K 롤링(42·사진)이 “한때 자살하려고 마음먹은 적이 있다”고 고백했다고 영국 일간 더 타임스와 인디펜던트가 23일 보도했다. 영국 에든버러대의 학생 월간지와의 인터뷰에서 당시 심정을 비교적 소상하게 털어놓았다는 것이다.

롤링의 ‘해리 포터’ 시리즈는 그동안 65개 언어로 번역돼 700만 부 이상 팔렸다. 그의 재산은 약 5억4500만 파운드(약 1조850억원). 세계에서 가장 돈 많은 여성 중 한 명이다.

롤링이 우울증과 싸웠다는 사실을 공개한 적은 있지만 자살을 생각할 정도로 심했다고 밝힌 것은 처음이다. 그는 당시 두 살이었던 딸 제시카 때문에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전문가의 도움을 요청했고, 병원에서 ‘인지행동 치료’를 여러 차례 받은 후에야 자살 생각을 떨쳐버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인지행동 치료는 심리학자에게 반복적으로 정신과 상담을 받아 환자 스스로 부정적인 생각을 조절할 수 있도록 하는 치료다.

J K 롤링은 영국 엑시터 대학 졸업 후 포르투갈로 건너가 영어를 가르치다가 20대 중반 호르헤 아란테스라는 포르투갈 TV기자와 결혼했다. 예쁜 딸 제시카를 낳았지만 둘 사이는 벌어져 2년 만에 이혼했다. 싱글맘이 된 롤링은 결국 넉 달 된 어린 딸만 데리고 영국에 무일푼으로 돌아왔다. 언니가 사는 에든버러에서 좁고 낡은 아파트를 구했을 땐 너무 가난해 친구로부터 임대 보증금 600파운드를 빌려야 할 정도였다. 정부 보조금 없이는 생활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이때 자살 충동이 찾아왔다.

“내 인생이 너무나 망가져 버렸다는 사실에 절망을 느꼈다. 아무리 노력해도 다시 행복해 질 수 없을 것만 같았다. 20대 중반의 삶이 너무 곤궁했고, 나는 끝없이 추락했다.”

다행히 그는 딸 덕분에 자신을 추스를 수 있었다. “딸이 나락으로 빠지는 나를 붙잡았다. ‘이렇게 사는 것은 옳지 않다. 이래서는 안 된다. 내가 이런 상태에서 딸을 키울 순 없다’고 나 자신을 다잡았다.”

그래서 어느 날 용기를 내 동네 정신과 의사를 찾았다. 하지만 의사는 자리에 없었고, 보조의사는 괜찮다며 그냥 돌려 보냈다. 그러나 2주 후 롤링의 기분을 서술한 노트를 본 의사가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는 롤링을 부른 덕분에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이 허름한 아파트에서 롤링은 우울증과 싸우며 ‘해리 포터’ 시리즈 첫 작품인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을 완성했다. 그의 우울증은 ‘해리 포터’ 작품에도 반영됐다. 롤링은 “‘해리 포터’ 시리즈 3권인 『해리 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에 등장하는 후드를 쓴 얼굴 없는 괴물 디멘토들이 당시 나의 어두운 상상과 심리 상태를 반영하는 캐릭터”라고 말했다. 하지만 “우울증은 죄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롤링은 “우울증을 앓았다는 사실이 조금도 창피해 본 적은 없다”고 덧붙였다. “난 굉장히 어려운 시절을 겪었고 이를 성공적으로 극복했다는 사실에 나 자신이 자랑스럽다”고도 말했다. 더 타임스는 심리학자들을 인용해 “롤링 같은 유명 인사가 자살 충동 우울증을 앓았다는 사실, 그리고 이를 어떻게 극복했는지를 공개한 것은 매우 긍정적인 일”이라고 평가했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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