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개처럼…뒤집기 쇼, 장정일 금강장사 등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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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승전 마지막 다섯번째 판. 잠깐 한눈을 판 관중은 어떻게 경기가 끝났는지 알 수가 없었다.

장정일(현대.27)은 시작을 알리는 호각 소리와 거의 동시에 팀 동료 김유황(23)을 뒤집기로 넘겨버렸다. 걸린 시간은 꼭 2초. 전광석화(電光石火)란 바로 이 경우였다.

'리틀 이만기' 장정일(175㎝.89.5㎏)이 금강급(90㎏ 이하)의 화려함을 유감없이 보여주며 제64대 금강장사에 올랐다. 63대(지난해 10월 순천) 금강장사이기도 한 장정일은 지금까지 네차례나 금강장사가 됐다.

장정일은 11일 경남 함양체육관에서 열린 함양장사 씨름대회 금강장사 결정전에서 김유황을 3-2로 꺾었다. 두 선수는 결승전에서 금강급에서만 볼 수 있는 현란한 기술을 주고받았다. 장정일은 첫째 판에서 기습적인 끌어치기로 기선을 제압했다. 김유황도 기술에서 결코 뒤지지 않았다. 둘째 판을 밭다리에 이은 뒤집기로 1-1을 만들었다. 셋째 판은 다시 장정일의 승리. 김유황의 들배지기를 잘 버틴 장정일은 잡채기로 김유황을 넘어뜨렸다. 막판에 몰린 김유황은 넷째 판에서 장정일을 가볍게 든 뒤 왼 호미걸이로 모래판에 내동댕이쳤다. 그러나 최후의 승리는 장정일의 몫이었다.

장정일은 "연습 때 쓰지 않는 기술(끌어치기)을 썼던 것이 주효했다. 팀 동료라도 경쟁자인만큼 감춰야 하는 비기(秘器)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란한 기술씨름의 대가로 꼽히는 장정일은 이날 밀어치기.끌어치기.빗장걸이.배지기.잡채기.뒤집기 등 다양한 기술로 관중을 열광시켰다.

◇최종 순위=▶금강장사 장정일▶1품 김유황▶2품 허상훈(현대)▶3품 이성원(LG)▶4품 장명수(LG)▶5품 신현표(신창)▶6품 하성우(현대)▶7품 김형규(현대)

함양=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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