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 방정식’ 풀지 않은 채 미국은 이라크 떠나지 않을 것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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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호 16면

사담 후세인 정권을 붕괴시키고 난 뒤 5년이 지난 지금 이라크를 안정화하는 데 실패한 미국은 철군 문제도 이라크 주변국과 상의해야 할 판이다. 협상 대상으로 꼽히는 나라에는 미국의 최대 적국 가운데 하나인 이란과 시리아도 포함된다.

르피가로 3월 12일자·조르주 말브뤼노 칼럼

미군이 대책 없이 서둘러 철수한다면 이는 중동지역에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이라크 전쟁이 끝난 뒤 진정한 승자로 부상한 이란은 이라크 남부지역을 사실상 신탁통치할 것이다. 터키도 쿠르드 분리주의자들의 독립 움직임을 더 이상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그나마 미국에 다행스러운 것은 이라크 내 혼돈 상황이 너무도 심각해 국경을 맞대고 있는 그 어느 나라도 혼돈의 암세포가 자국으로 번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바로 이 점이 이라크 주변국들과 협상 테이블에 앉게 될 미국에 어느 정도의 여유 공간을 마련해준다. 이란조차 이라크의 통제할 수 없는 혼란 상황을 원치 않기 때문에 바그다드에서 미국 측 대표들과 정기적인 만남을 가져왔다.

미국은 다른 이웃 나라들과는 지역 안정을 목적으로 장관급 회담 형식의 공식 대화를 진행하고 있다. 미국은 이라크로 들어오는 지하드 전사들을 막기 위해 시리아와 협상하고 있는데 시리아의 협조 덕분에 이슬람 전사의 잠입이 크게 줄고 있다.

사우디와 요르단에 대해서는 미국의 운신 폭이 조금 더 넓다. 미국은 두 나라가 수니파를 배척해온 이라크 정부에 불만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이를 협상에 이용하려 할 것이다. 미국은 또 이라크에 계속 남겨둘 5만 명의 미군 지위를 놓고 이라크와도 협상해야 한다.

이라크 내 유전도 문제다. 과연 미국은 이란이 이라크와 공동으로 유전을 개발할 수 있도록 허락하겠는가. 만약 미국이 못하게 한다면 이란은 (유전 공동개발과 관련된 이라크의) 석유법 의회 통과를 질질 끌게 할 것이다. 이 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미국의 석유 메이저들도 이라크에서 유전을 개발할 수 없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미국이 석유 방정식을 풀지 않은 채 그냥 이라크를 떠나지는 않을 것이란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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