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빠진 공천자대회 ‘친박연대’ 성토장으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5면

박근혜(얼굴) 한나라당 전 대표가 24일께 총선을 치르러 대구로 간다. 현재로선 당 차원의 유세 지원에는 나서지 않을 것이란 게 측근들의 관측이다. 20일 오후 서울 신길동 공군회관에서 열린 한나라당 공천자 대회에도 불참했다.

행사에는 전체 245명의 공천자 중 200여 명이 참석했다. 최근 당내 공천을 공개적으로 비판한 이재오 전 최고위원과 정두언 의원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강재섭 대표 등 지도부는 이날 작심한 듯 중부권을 중심으로 일고 있는 ‘친박(친박근혜) 연대’ 움직임을 강하게 비판했다. 공천 갈등을 둘러싼 한나라당 기류는 갈수록 심상찮다.

◇“무소속 당선돼도 안 받는다”=강 대표는 공천자 대회에서 “대통령 선거 때 수많은 유세를 다녔고 지금도 당의 중심으로 있는 박 전 대표와 정치적으로 연계된 듯 말하고 행동하는 건 민주 원칙을 지키려는 박 전 대표의 정신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친박연대 측을 비판했다.

이방호 사무총장은 “(탈당한 인사들이)박 전 대표의 정서를 팔아 (친박)연대를 만들었다. 이들이 한나라당 정서를 팔아 감정적인 선거운동을 할 가능성이 크다”며 “어떤 경우라도 무소속으로 당선된 사람이 다시 입당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계했다. 과반 의석 확보에 비상이 걸린 한나라당에 친박연대는 눈엣가시다. 이들의 기세가 사그라지지 않자 당 지도부가 박 전 대표와 친박 탈당 세력의 분리 작전에 나선 모양새다.

◇친박·무소속 연대 통합 추진=박 전 대표는 일주일째 삼성동 자택에서 두문불출하고 있다. 그는 25일 후보 등록을 마친 뒤 대구에서만 2주 정도 머물 예정이다.

측근들은 지원 유세에 나설 분위기는 아니라고 전하고 있다. 반면 당에선 박 전 대표가 지원 유세에 나서기를 희망한다. 친박계의 공천 반발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박 전 대표의 지원 유세는 반발을 진화하는 효과를 불러오기 때문이다. 박 전 대표의 지원 유세가 선거 때마다 도움이 됐다는 점도 의식하고 있다. 더 걱정스러운 건 유세 보이콧이 곧 박근혜의 공천 반발로 해석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총선을 코앞에 두고 당내 분란이 계속되는 것처럼 유권자들에게 비칠 가능성이 크다.

한편 친박 연대와 역시 공천에서 탈락한 친박 인사들의 모임인 무소속 연대가 통합을 추진하고 나서 그 결과가 주목된다.

무소속 연대는 김무성 의원 등 영남지역 탈당 의원이 중심이다. 친박 연대의 공동 선대위원장인 홍사덕 전 국회부의장은 “무소속 연대와 친박 연대 간 통합은 공감대가 있는 만큼 총선 이전에 결행하는 일만 남았다”며 “두 조직이 하나로 뭉치기만 하면 기호가 3번이 된다”고 말했다.

신용호·권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