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원자재값 급락 거품 붕괴냐 숨고르기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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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원유·금 등 원자재와 곡물 가격이 일제히 급락했다. 미국의 경기 침체 조짐이 뚜렷해지면서 투기자본들이 떠나고 있기 때문이다. 월가에선 ‘원자재 버블이 꺼지는 신호탄’이란 해석이 나온다. 반면 “단기간 급등했던 데 따른 ‘숨 고르기’”란 분석도 만만찮다. 어느 쪽이든 원자재 가격이 당분간 조정을 받을 것이란 데는 이견이 없는 편이다.

19일(현지 시간) 뉴욕상품거래소(NYMEX)에서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유(WTI)는 전날보다 4.95달러 떨어진 배럴당 104.4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한때 102달러 선까지 떨어져 17년 만에 가장 큰 폭의 내림세를 기록하기도 했다. 4월 인도분 금 가격은 59달러 떨어진 온스당 945.3달러로 마쳤다. 이틀 새 90달러 가까이 하락했다. 원유 가격은 미국의 석유 수요가 준 데다 재고가 늘었다는 소식에 가파르게 떨어졌다. 이날 미 에너지부는 지난주 원유 재고가 3억1180만 배럴로 전 주보다 13만3000배럴 늘었다고 발표했다.

곡물 가격도 가파른 내림세였다. 시카고상품거래소에서 5월 인도분 밀 가격은 가격제한폭인 90센트(7.7%)가 떨어진 부셸당 10.74달러에 거래됐다. 옥수수와 콩도 가격제한폭까지 떨어졌다.

상품 중개회사인 앨러론 트레이딩의 필 플린 부사장은 “상품에 투자했던 헤지펀드들이 자금을 빼내고 있다”며 “거품 잔치는 끝났다”고 말했다. 전날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금리 인하 폭이 시장의 기대치에 못 미친 것도 상품 가격 하락에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20일 “FRB가 인플레이션 우려를 강조함에 따라 (큰 폭의 금리 추가 인하가 어려워질 것으로 보는) 헤지펀드들이 상품 투자를 재고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가격 하락이 그간의 가격 급등에 따른 ‘숨 고르기’ 수준이란 반론도 나온다. 골드&실버 인베스트먼트의 마크 오브라이언은 “금 가격의 경우 올 들어 19% 이상 올라 일시 조정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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