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용품 도자기 현장서 제작.전시-18일까지 南勇虎도예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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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술병과 술잔,국물 있는 음식을 담기 편하도록 서양 것보다 굽을 높게 처리한 접시,커피포트와 머그잔,물병과 물컵,밥공기와 국그릇,생선접시,담배연기와 악취를 막기 위해 뚜껑을 덮은 재떨이,메모꽂이와 연필통-.
일상에서 흔하게 사용되는 생활용품들이 도자기로 만들어져 전시되고 있다.18일까지 서울 갤러리시우터((3442)4867)에서 열리고 있는「남용호 도예현장전」이 그것으로 도자기의 장식적요소는 최대한 줄이고 실용성에 비중을 둔 작품들 이 20여종 선보인다.
생활의 방편으로 가사도구 등을 도자기로 만들어 파는 작가들은흔하지만 실생활에서 직접 사용되는 도자기만을 고집하는 작가가 드문 현실을 감안할 때 이번 전시는 일부 호사가들의 취미라고만생각됐던 도자기를 일상 속으로 깊숙하게 끌어들 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여기에는 작가 남용호(南勇虎.38)씨의 남다른 철학이 담겨있다.「물레」에 반해 다니던 직장을 등지고 늦은 나이인 27세에서울대 공예과에 들어간 그는 졸업 후에 작품활동을 하던 중 그릇등 우리의 생활용기에 담긴 조형성에 눈을 떴다 고 한다.
이후 그는 한국적인 멋과 색감이 담겨있는 작품에 몰두하게 된다.작품의 기본적인 형태에 자신이 없을 때 장식에 치중한다는 생각에서 부드러우면서 담백한 느낌을 주는 생활도자기를 집중적으로 만들었다.
백자토에 경남 산청지역에서 나오는 사질점토를 반씩 섞은 그의작품은 태토(胎土)의 질감이 살아나도록 유약색을 최대로 죽였고다소 거칠거칠한 표면촉감이 곁들여지면서 마치 전통 한지같은 순박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그리고 달개비.제비꽃등 들풀들의 모양을 작품 한부분에 간단하게 그리면서 악센트를 주고 있다.가격은 평균 5만~6만원 정도. 南씨는 또한 작업실의 물레를 전시장으로 잠시 옮겨 도자기만드는 과정 하나하나를 공개한다.일종의 도예워크숍인 셈이다.행인들도 갤러리 유리창을 통해 그의 작업을 훔쳐볼 수 있다.
여기에는 도자기에 대한 일반인의 신비감을 해체하는 동시에 관객과 작가의 직접적 의사소통이라는 이중적인 포석이 깔려있다.
이와 함께 南씨는 관람객이 희망하는 형태의 도자기를 즉석에서만들어주기도 한다.
〈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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