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끔한 이원희 ‘귀티’ 나네 … 뭉툭한 왕기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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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이원희(27·KRA)와 왕기춘(20·용인대)의 유도 73kg급 대결은 경기도 박진감 넘쳤지만 판이하게 다른 두 선수의 귀 모습도 눈길을 끌었다. 이원희의 귀가 일반인처럼 곱상한 반면 왕기춘은 심하게 일그러져 있었다. 두 선수의 경기 스타일 차이가 이런 결과로 나타난 것이다.

◇상처 하나 없는 이원희

레슬링 선수 못지않게 유도 선수들도 몸 싸움이 심하다. 귀를 다치지 않고 경기하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그래서 귀가 말끔한 이원희는 ‘유도계의 천연기념물’로 불린다. 이원희는 “유도를 해오면서 가장 많이 받은 질문 중 하나가 ‘어떻게 귀를 온전하게 보존하고 있느냐’다. 그런데 유도 스타일을 보면 심하게 귀를 다칠 수밖에 없는 선수들이 있다. 나는 누워서 굳히기를 하는 것보다 서서 하는 유도를 좋아하다 보니 운 좋게도 귀가 덜 다쳤다”고 말했다.

‘한판승의 사나이’란 애칭이 말해주듯 다양한 기술을 바탕으로 전광석화같이 경기를 끝내기 때문에 다른 선수보다 부상이 적었다는 설명이다. 그는 “예전에는 귀가 멀쩡한 후배를 불러 일부러 상처를 내는 선배도 있었지만 정통 코스를 밟아온 덕분에 귀가 무사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원희 소속팀인 KRA 금호연 감독이 선배들에게 귀를 찢긴 케이스라고 한다. 기술뿐 아니라 귀를 보호하려는 본인의 노력도 중요하다. KRA의 한 관계자는 “어릴 적부터 귀를 아끼려는 노력이 없고는 저렇게 깨끗할 수가 없다”며 “하지만 노력한다고 되는 일이 아닌데, 그만큼 실력이 출중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귀띔했다.

◇굳은살로 다져진 왕기춘

반면 왕기춘의 귀는 레슬링 선수처럼 뭉퉁하다. 상처가 나고 낫기를 수없이 반복하다 보니 귀에 있는 주름이 파묻혀 버릴 정도가 됐다. 저돌적인 파이터 스타일이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생긴 영광의 상처인 셈이다. 왕기춘은 투지 있게 상대에게 달려드는 경기를 선호한다. 서서든 누워서든 경기 내내 기술을 건다. 그러다 보니 상대 도복에 귀가 쓸리기도 하고 상대의 공격으로 귀가 짓눌릴 때도 많다.

그는 “귀에 대한 미련은 버린 지 오래다. 내가 좋아하는 유도를 하다 보면 다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5월 열리는 올림픽 최종 선발전에서도 특유의 저돌적인 공격으로 승부를 내겠다”고 말했다.

한때 이원희·왕기춘과 함께 73kg급의 트로이카 체제를 형성했던 김재범(23·KRA)의 귀에는 셋 중 혈투의 흔적이 가장 많이 남아 있다. ‘싸움닭’이란 그의 별명대로다.

광양=장치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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