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시론

인성교육 강화가 시급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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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최근 우리 주변에서 끊이지 않고 발생하는 끔찍한 사건들이 온 국민의 마음을 비통하게 만들고 있다. 네 모녀의 끔찍한 피살 사건, 순진무구한 어린 소녀들을 납치해 암매장한 사건, 장애인과 노숙자 100여 명을 인신매매한 사건 등등… 인권과 생명을 경시하는 사건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처럼 하늘이 진노할 범죄를 자행하는 존재가 많은 피조물 중에서도 유독 인간이라는 사실 앞에서 필자는 새삼 내 안에 도사리고 있는 죄성(罪性)에 전율하며 한없는 부끄러움을 느낀다. ‘인간이 저지르는 악의 한계는 어디까지인가?’ 하는 극심한 회의(懷疑)와 자괴감마저 든다. 이 땅의 국민으로서 누구나 느끼는 집단충격이자 동일시(同一視) 감정이 가져오는 수치심인 것이다.

“현대인은 갈수록 야수(野獸)가 되어가고 있다”고 한 자크 모노의 경고처럼, 온갖 지식과 정보가 그야말로 홍수를 이루고 있는 시대를 사는 현대인은 그만큼 인간다운 존재로 발전해야 할 것임에도 실상은 정반대로 야수가 되고 있다니 이런 모순이 또 있겠는가.

이러한 인간 심성의 파괴와 사회적인 집단병리현상의 근본 원인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그 원인을 여러 가지로 진단할 수 있겠으나, 필자는 그 근인을 우리의 교육현실에서 찾는다. 이 시대의 교육 일선에 서 있는 교사의 한 사람으로서 각혈하는 맹성(猛省)을 전제로, 그동안 이 땅의 교육정책이 인성교육(人性敎育)을 소홀히 한 결과로 오늘의 사회가 이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고 보는 것이다.

교육에는 아무리 시대가 급변해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되는 본원적인 사명과 가치가 있다. 그것이 바로 ‘교육을 통한 인간화(humanization)’이다. 지식의 전문화가 우선이 아니다. 건강한 인성 위에 지식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아니, 인성교육과 지식교육은 별개가 아니므로 어느 한쪽도 소홀함이 없이 균형 있게 이루어져야 한다. 이러한 원리는 새삼 강조할 것도 없는 교육의 기본이다. 그럼에도 우리의 교육현실은 결과적으로 이러한 기본을 모르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

그동안 우리의 교육은 국가경쟁력이다, 혁신이다 하면서 전문화 교육에 치우친 나머지 상대적으로 인간화 교육을 그만큼 소홀히 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전문화 교육도 바른 인성을 지닌 학생 집단에게서 훨씬 효과적인 것이 엄연한 사실임에도 말이다. 우리는 비록 제한적이지만 바른 인성을 건학이념으로 하는 학교에서 국내외에 훌륭한 인재를 배출한 사례들을 익히 알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특히 지난 10여 년간 의식화된 이념교육 정책하에서 학생들에게 건강한 인성교육을 제대로 시키지 못한, 이른바 ‘인성교육의 공백기’를 보냈으니 앞으로 나타날 사회적 비인간화 현상은 더 심각할 것 같다.

이렇게 볼 때 ‘자율과 창의, 그리고 책무’로 요약할 수 있는 새 정부의 교육정책은 무엇보다도 민주주의 국가가 표방하는 보편적 가치에 근거한 건강한 인성교육의 바탕 위에서 입안되고 실천되어야 한다. 어머니의 젖을 먹는 영유아 교육기로부터 품격 높은 선진국가 시민으로서 갖추어야 할 인간의 덕목을 바로 가르쳐야 한다. 무엇보다도 생명존중 사상과 이웃에 대한 배려, 그리고 양보와 질서교육 등을 철저히 가르쳐야 한다. 아울러 학교교육 과정에서는 인성교육 시간과 그 실천적 봉사활동을 강화하는 한편, 정규 교과목을 통해 지식습득과 함께 인성교육이 병행되도록 주요 교과목을 전면 개편해야 할 것이다. 이것이 진정한 교육개혁의 출발이자 국가경쟁력 강화의 원동력이며 복지사회로 가는 지름길이다.

“사람을 사람 되게 하는 것, 그것이 최고의 예술”이라고 노래한 시인 노발리스의 잠언이 새삼 절실한 시대다.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것이 인성교육이다.

김성영 교육강국실천연합 공동대표·전 성결대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