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ve Earth Save Us] 일본 ‘환경대국’ 야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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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일본 정부가 18일 신성장 전략의 핵심으로 추진하고 있는 ‘아시아 경제·환경공동체 구상’의 원안을 발표했다.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총리가 적극 지원하고 있는 이 구상은 환경사업을 중심으로 아시아 국가들과 연대해 일본은 물론 아시아 경제를 동반 성장시키자는 취지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21세기 ‘환경 대국’으로 아시아 신경제를 주도하겠다는 야망이 담겨 있다.

◇환경 앞세운 경제공동체=아시아 경제·환경공동체의 대상국은 동남아국가연합(ASEAN)과 한국·일본·중국·인도·호주·뉴질랜드 등 ‘아세안+6’이다. 이날 공개된 원안에는 역내 환경시장 규모를 지금의 64조 엔(약 668조원)에서 2030년에는 300조 엔(약 3130조원)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 담겨있다. 구형 석탄 화력발전소에 매연여과장치 설치 기술, 전력소비가 적은 컴퓨터의 제조기술 이전 등 상호 협력을 통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사업들도 포함돼 있다.

일본국제협력은행(JBIC)이 에너지 절감 관련 펀드에 출자하거나 채권보증을 통해 관련 사업을 지원하게 된다. 일본 정부는 동시에 첨단기술 교류를 위해 아시아 지역 연구원과 기술자들의 일본 연수생을 2015년까지 지금의 두 배인 30만 명으로 늘리기로 했다.

아직 에너지 절약 등 환경분야 기술에 대한 아시아 표준이 정비되지 않은 점을 감안해 일본이 아시아 국가에 기술을 이전하고 표준을 제시한다는 계획도 들어 있다. 소비·생산 시장으로서의 커다란 잠재력을 가진 아시아 국가들과의 관계를 확대하고, 환경 기술 표준화를 주도해 아시아 환경 시장에서 우위를 차지하겠다는 의도다. 역내 국가들과 협의해 세관·항만관리 등 제도를 통합하고 전자상거래를 개선해 물류비용을 삭감한다는 계획도 있다. 물류가 개선되면 에너지 소비가 줄어 환경 보호에도 크게 기여하기 때문이다.

이들 방안이 성공적으로 진행될 경우 역내 경제가 빠르게 성장해 아시아 지역 중산층 인구가 2030년에는 전체의 약 60%인 23억 명으로 늘어나고 1인당 국내총생산(GDP) 격차는 지금의 절반으로 줄어들 것으로 기대했다.

7월 홋카이도 도야코(洞爺湖)에서 열리는 G8 정상회담에서도 개발도상국에 대한 환경 기술이전과 자금지원이 주요 의제가 될 전망이다. 2013년 이후 ‘포스트 교토의정서 체제’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G8 정상회담 의장국을 맡은 일본 정부가 주도적으로 논의를 이끌어가기 위해 ‘아시아 경제·환경공동체 구상’은 매우 좋은 계획”이라고 분석했다.

◇“환경은 일본의 성장동력”=후쿠다 총리는 올해 신년사에서 “일본의 ‘환경력’은 향후 일본이 성장하는 데 커다란 강점이 될 수 있다”며 “일본의 세계 최첨단 환경 기술을 각국에 전파하면 세계에도 공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본은 1973년 오일쇼크 이후 에너지 절약 등 환경 관련 기술 개발에 몰두해 온 결과 태양전지와 바이오연료·열전 변환기술 등 최고의 환경기술을 갖게 됐다.

또 97년에는 교토에서 이산화탄소 배출을 감축하자는 국제회의를 개최해 교토의정서를 탄생시키는 등 국제사회의 환경 보호 움직임에도 앞장서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구온난화가 세계적인 문제로 부상하자 첨단 환경기술로 돈도 벌고 국제적 위상도 향상시킬 수 있는 기회가 온 것이다.

총리실 관계자는 “앞으로 일본은 환경기술을 이용해 살아 가야 한다. 지구온난화와 경제성장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분야가 환경기술”이라고 밝혔다.

도쿄=박소영 특파원

◇도야코 G8 정상회의=7월 7~9일 일본 홋카이도 도야코에서 열리는 선진 8개국 정상회의. 지구온난화 문제와 아프리카 발전 문제 등이 집중 논의된다. 일본이 의장국이다. 회원국인 미국·영국·캐나다·프랑스·독일·이탈리아·러시아 이외에 한국과 중국·호주·인도 등 15개국이 초청돼 23개국이 참가하는 사상 최대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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