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총머리 김병지 2게임 무실점 싱글벙글-코리아컵 수문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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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말총머리에 염색까지 해 한껏 멋을 부렸다.GK로는 드물게 1백m를 11초대에 주파해 별명이 「번개」다.요즘엔 용병 GK의높은 파고에 견디는 순수 토종이라는 의미의「신토불이 GK」란 별명까지 얻었다.
코리아컵 국제축구대회에 출전한 한국대표팀의 수문장 김병지(金秉址.25.현대)는 요즘 너무너무 신바람이 난다.
지난해 소속팀 현대의 주전 GK자리를 차지하더니 올해초 아디다스컵대회때는 팀이 첫우승을 하는데 주역이 됐다.
꿈에 그리던 태극마크도 달았다.코리아컵 초반 두게임에서 무실점,대표선수 데뷔전도 훌륭히 치렀다.그뿐 아니다.지난5일 對코스타리카전에서는 자칫 무승부가 될뻔했던 경기에서 후반 32분 벌칙구역 밖까지 20여m를 볼을 몰고나와 롱킥,결승 점을 올리는 발판을 마련해주기도 했다.
당시 김병지가 볼을 몰고나오자 관중석에서는 웃음이 터져나왔다.멋내기 좋아하는 金이 객기(?)를 부린다고 생각해서였다.그러나 이것이 결승골로 연결되자 웃음은 환호로 바뀌었다.
김병지의 최종학력은 「소년의 집」이다.고아는 아니지만 대부분고아출신들로 구성된 그곳에서 선수생활을 했다.상무 제대후 92년 프로팀 현대 호랑이에 입단했지만 한참 선배이자 월드컵대표였던 최인영(崔仁榮.33)의 그늘에 가려 출전기회 조차 적었다.
그러나 김병지는 항상 밝은 모습을 잃지않았다.지난해 최인영이월드컵대표로 차출된 틈을 타 주전으로 기용됐고 때를 놓칠세라 주특기인 민첩함을 바탕으로 쌓였던 한을 풀었다.
2년동안 37경기에 출전했던 金은 지난 한햇동안 24게임에 출전해 24실점,평균 1실점이라는 훌륭한 성적을 올렸다.
일화가 러시아용병 사리체프의 눈부신 활약으로 코리안리그 2연패를 이루자 구단마다 앞다퉈 용병 GK를 수입했지만 김병지는 엄청난 개방압력(?)을 이겨냈다.
그 공적을 인정받아 소원이던 태극마크를 단 김병지의 마음은 코리아컵 원년우승과 함께 벌써 98년 프랑스월드컵으로 달려가고있다. 〈孫長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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