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사라예보"나토.유엔군 무력시위는 코미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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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4년이나 계속되고 있는 이곳의 외교코미디를 지켜본 사라예보 사람들에게는 이제 냉소밖에 남지 않았다.최근 나토와 유엔군의 무력시위에 대해서도 일말의 신뢰를 찾아보기 힘들다.
이곳 사람들은 과거에도 이런 장면들을 수없이 보아 왔고 종국에는 이 사태가 어떻게 끝날지도 이미 내다보고 있다.바로 전세계의 후퇴 속에 보스니아 회교정부군이 손들고,세르비아계가 승리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곳 사람들의 모습을 그대로 옮기면 이렇다.교수.농부.주부들은 물을 받기 위해 양철통을 들고 길게 줄을 지어 섰다.트레베비치산 기슭 위에는 세르비아계가 탱크와 중화기를 가지런히 정비해 놓고 있다.그 무기들은 자신조차 보호할 능력이 없는 유엔보호군으로부터 빼앗은 것들이다.
보스니아인들은 오전 4시반부터 터지는 폭탄소리에 시달려 더 이상 잠을 잘 수 없다.사라예보신문사의 외국인 편집디자이너인 에소는 이렇게 말한다.『만일 미국과 나토군이 상황을 끝까지 책임질 준비가 돼 있지 않았다면 이곳에 오지 말았어 야 한다.그들이 세르비아계에 공격을 가하는 만큼 세르비아계는 우리에게 복수한다.』 한 여성은 『왜 세계가 보스니아의 세르비아계 최고지도자인 라도반 카라지치의 행동에 대해 그토록 놀라느냐』고 묻는다.그는 이미 전에도 세계를 향해 여러번 선전포고를 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구도 그를 진지하게 대하지 않은 것은 그의 잘못이 아니라고 그녀는 지적한다.
이어 『세계는 그를 그토록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그는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세르비아 대통령의 인질에 불과하며,자신은 죽은 목숨으로 알고 있다.최근 5일동안 그가 어디에 숨어 있었다고 생각하느냐』고 그녀는 덧붙인다.지난주 나토군의 공 격이 있은 후 카라지치의 모습은 TV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사라예보의 버센제 노빈紙 편집장인 주링카 아일릭은 또 이렇게말한다.『피터 아네트(CNN)가 우리에 대해 보도한 것은 사실이 아니다.우리는 슬프지도 않고 사기가 떨어져 있지도 않다.미국.영국.프랑스가 항공모함을 위시한 갖가지 무기 와 병력을 보내더라도 우리는 그들의 목적이 오로지 자기나라 군인들을 보호하기 위한 것임을 잘 알고 있다.따라서 우리는 이제 그들에게 관심조차 없다.우리가 온종일 농담이나 하면서 보내는 이유도 바로여기에 있다.』 보스니아군의 한 고위간부에게 나토의 군사개입에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더니 그는 『나토군이 페일 근방의병참기지를 공격하고 무기를 버려둘 줄 알았다면 난 「고맙지만 사양하겠다.당신들의 도움은 필요없다」고 말했을 것』이라고 했 다.나토나 유엔이 남아 있든 떠나든 보스니아사태는 그들 스스로해결해야만 한다는 뜻이다.
엘리자베드 루빈〈포워드誌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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