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성당.조계사 공권력투입 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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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정부가 명동성당과 조계사에 대해 전격적으로 공권력을 투입한 것은 더 이상 법집행을 미룰 수 없다는 의지의 표현이라 할 수있다. 그러나 그동안 대화에 의한 문제해결을 시도하며 공권력 투입에 반대해온 천주교.불교등 종교계의 반발이 거세 앞으로 지방자치선거를 앞두고 그 전개양상이 주목되고 있다.
정부는 한국통신 노조에 대해 국가통신망을 볼모로 불법적인 노사분규를 일으키고 있다고 일찌감치 규정하고 농성중인 노조간부들에 대한 검거를 위해 명동성당등에 농성자들을 자진출두시켜줄 것을 요청해왔다.
그러나 명동성당과 조계사측이『대화로 해결할 것을 촉구한다』며공권력 행사에 반대의사를 밝히자 정보통신부장관의 방문과 검찰총장의 담화발표등의 수순을 밟으며 법집행을 하기 위한 명분 쌓기에 주력해 왔다.
이번 공권력 투입은 6월에 집중될 대형사업장 노사분규와의 연결고리를 사전에 차단하고 지자체 선거의 불씨를 조성해서는 안된다는 정치적 판단이 상당히 작용한 것으로 보여진다.
농성을 방치할 경우 공권력의 누수현상까지 예상되기 때문에 당국은 정치적 부담을 감수하고 공권력의 투입을 감행한 것으로 여겨진다. 이번 공권권 투입과 관련,명동성당과 조계사측은 당국의이번 조치를 종교의 영역에 대한 심각한 침해로 보고 깊은 유감을 표시하며 반발하고 있는데다 노조측도 제2집행부를 구성,강경투쟁을 벌인다는 방침이어서 공권력투입이 곧바로 사태수습 으로 연결되지는 않을 전망이다.가톨릭과 불교계의 반발이 종교계 전체로 확산될 경우 지방선거를 앞둔 정부에 상당한 부담을 줄 전망이다. 명동성당이 비난성명을 낸데 이어 정의구현전국사제단과 서울대교구 사제단등이 긴급회의를 갖기로 하는등 사태가 민감하게 돌아가고 있다.조계사측도 7일 오전 종무회의를 통해 범불교적인대책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더욱이 그동안 양 교계가 문민정부와 비교적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며 교계 지도자들의 북한방문등을 계획하고 있는 시점이어서 앞으로 당국과의 관계가 미묘하게 바뀔 경우 그 갈등양상이 어떻게 나타날지에 더욱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노조측도 수배중인 유덕상(劉德相)노조위원장이 여전히「건재」한상태여서 앞으로 제2의 집행부를 구성,끈질긴 투쟁을 전개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정부측의 새로운 중재안이 나오지 않는 한 한통분규 사태는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번 공권력투입은 앞으로의 노사분규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대표적인 재야노동단체인 민노준(民勞準)은 6일 공권력투입을 규탄하고 정부가 노동운동에 대한 강경방침을 철회하지 않을 경우 10일이후 일제히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실 시키로 하는등 총력투쟁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민간사업장 노조가 민노준의 이같은 방침을 그대로 수용해 연대파업등 집단적인 행동에 돌입할지는 미지수다.이번 공권력투입으로 노동계의 정부에 대한 적대감은 커졌지만 정부의 강한 의지가 표출돼 무리한 분규는 자제될 것으로 보이 기 때문이다.
다만 지방선거 직전이라는 시기적 특수성이 있어 노조측이 이를십분 활용하는 전략으로 나올 경우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예측하기 어렵다.
〈洪炳基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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