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세상] 미디어시장 신흥 강자 중국국제화 눈에 띄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1면

"중국에서 최근 가장 큰 관심을 끌고 있는 산업은 부동산업과 미디어.엔터테인먼트 산업이다."

지난달 방송영상산업진흥원의 강만석 박사 연구팀이 '중국 미디어시장에 대한 연구'에서 발표한 내용이다.

거대한 중국 미디어 시장이 개방.개혁의 물결을 타고 가히 혁명적인 변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중국 정부는 2000년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탈(脫)규제와 세계시장 진출을 미디어 정책의 목표로 정해 추진 중이다. 공산주의 국가에서 인민을 선전.선동해야 하는 미디어의 이데올로기적 색채를 벗겨내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달 중국 정부는 외국 자본이 자국의 방송.영화 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하는 대대적인 개방 정책을 발표했다. 이전에는 외국 미디어 자본이 중국 자본과 합작을 통해서만 미디어 시장에 진출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 개방 조치로 외국 자본이 중국 유료 텔레비전과 디지털 TV에 직접 투자해 미디어사를 설립할 수 있게 됐다.

실질적인 국내외 미디어 간의 프로그램 경쟁이 이뤄져 자국의 방송영상 프로그램의 질과 수준을 높이겠다는 전략으로 풀이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세계 미디어 제국을 꿈꾸는 머독의 뉴스 코퍼레이션을 선두로 베텔스만.로이터 통신.타임워너 등 세계적인 미디어 기업들이 앞다투어 중국 안방을 공략하고 있다. 이들 기업의 중국 진출 전략도 다양하다.

톰닷컴은 합병으로, 뉴스코퍼레이션은 주식투자형으로, 디즈니 그룹은 브랜드 합작 모델로, 바이아컴은 프로그램 교환으로, 베텔스만은 다각경영 전략을 각각 구사하고 있다.

한국도 한류(韓流) 열풍에 힘입은 영화.방송 프로그램의 수출을 넘어 CJ 홈쇼핑과 홍야 홈쇼핑 등 일부 미디어 기업이 중국에 직접 진출하고 있다.

그럼 중국은 단지 외국 미디어 자본만 빨아들이는 '블랙 홀' 정책만 펴고 있을까. 아니다. 자국 미디어 기업이 세계 미디어 시장을 공략한다는 야심찬 프로젝트도 세워 놓고 있다.

이를 위한 예비 작업으로 부실한 자국 미디어들을 정비하기 시작했다.

자력으로 생존할 수 없는 수많은 관영 미디어를 지난해 합병하거나 문닫게 했다.

정부 보조금이 아닌 광고나 지대로 생존해야 하는 환경으로 변했다. 시장에서 선택을 받아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이미 광고가 전체 수익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수많은 미디어 회사가 생겨나고 있다. 자본주의 국가보다 더 자본주의적인 미디어 경영이 강요되는 형국이다.

지난달 중국 관영통신사인 신화사는 "홍콩에 설립한 자회사를 통해 세계 미디어 시장에 진출하겠다"고 발표했다.

외국 자본을 유치하기 위해 도쿄와 뉴욕에 이 회사 주식을 상장하겠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국제 자본을 토대로 세계 미디어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야심찬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해석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중국 전문 케이블 채널인 하오 TV가 2002년에 설립됐고, 수많은 중국 관련 잡지가 창간되고 있다.

세계화를 외친 지 10년이 지난 지금, 우리 미디어 정책의 현 주소는 어떠한가.

중국보다 더 심한 규제에다 철 지난 이데올로기 논쟁에 휩싸여 있는 것은 아닌지. 바깥에선 미디어 산업을 미래 핵심 성장산업으로 인식해 적극적으로 문을 열고 국제화 정책을 펴는데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지….

김택환 미디어전문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