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인척 뉴스화면 얼굴 내밀기 8000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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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년간 이탈리아의 TV 뉴스에 어떤 남자 한 명이 등장하는 일이 잦아졌다. 정부 인사나 정당 총재를 인터뷰하는 장면의 배경엔 언제나 이 남성이 등장한다. 수수한 복장을 하고 있는 남성은 한 손에 수첩을 들고 있어 마치 기자같아 보인다. 부자연스러운 점을 지적한다면 오묘한 표정과 메모하는 손동작이 조금 과장됐다는 정도.

사실 이 남성의 정체는 다른 사람의 눈에 띄는 걸 좋아하는 성향을 가지고 있는 일반인이다. 취재를 하는 것도 정치에 관련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소리를 치거나 TV 중계를 방해하는 것도 아니어서 정치인의 보디가드나 취재진은 그를 제지할 수 없는 노릇이다.

급기야 이탈리아의 전국 민방TV 카나레5가 이 남성의 인터뷰를 방송했다. 인터뷰에 따르면 이 남성은 1999년 로마에서 이런 행동을 시작해 벌써 약 8000회 이상 TV에 출연했다. 남성의 인터뷰는 단연 화제가 됐고 이탈리아의 각종 언론이 앞다퉈 남성에 대한 보도를 이어갔다.

이탈리아 언론들에 따르면 이 남성 외에도 2000년 전후 한 청년이 TV 뉴스에 단골 엑스트라로 출연한 바 있다. 하지만 이 청년은 자신의 존재가 화제가 되자 TV 중계 도중 큰 소리로 주장을 외치거나 블로그 주소를 적은 현수막을 펼쳐 보이기도 했다. 결국 방송사들은 청년을 귀찮게 여기기 시작했고 보디가드나 스태프를 통해 청년을 감시하고 제지하게 됐다.

이탈리아 언론은 최근 화제가 된 남성을 앞서 퇴출된 청년과 비교하며 “그가 조용히 출연만 하는 것은 아무래도 그의 전철을 밟지 않기위해 조심하는 게 아닐까”라고 추측하고 있다.

김윤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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