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인물새정치>3.누구를 뽑아야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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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선거 때가 다가오면 대부분의 유권자들은 누굴 뽑을까 고민한다.이런 저런 연(緣)으로 아는 사람이 출마하면 좀 흠이 있더라도 일단 마음은 정한다.
주위에서 하도 졸라대니까 때로는 흔들리다가도 투표날 눈 딱감고 붓뚜껑을 누르게 되는 것이다.모르는 사람보다는 이미 알고 있던 사람에게 기우는 것은 인지상정(人之常情)이다.
우리나라 선거에서 혈연.지연.학연등 연이라는 요소가 크게 작용한다는 말은 자기 중심으로 편하게 생각하고자 하는 심리상태의한 표현이다.
다시 말해 마음을 단단히 먹고 고장과 나라를 앞세워 나와 그리 상관없는 사람을 지지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서양이라고 연이 작용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출신학교를 따지고 고향을 가리는 일들이 흔하다.우리와 크게다른 점이 있다면 이념성향을 보고 정당이나 후보를 선택하는 일이다. 법 과 규정을 철저하게 지킬 것인지,시대상황의 변화에 따라 법과 정책을 바꿀 것인지,복지정책을 늘릴 것인지 줄일 것인지,기간산업을 국유화할 것인지 아닌지,기득계층을 더 보호할 것인지,아니면 노동자.농민 등 서민계층을 더 보호할 것 인지,그리고 국민의 세금부담을 늘릴 것인지 줄일 것인지 등을 헤아려마음을 정하는 편이다.
항상 인물만큼 중요한 이념과 정책으로 특징지워지는 정당을 투표의 기준으로 삼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의 경우 지난달 한 지역의 여론조사에서 인물보고 찍겠다는 유권자의 비율이 정당선호보다 22% 포인트 앞서는 것을 보면 우리는 역시 인물 쪽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는다.그렇다면 그 다음엔 어떤 유형 의 인물인가다. 흔히들 지방자치단체를 책임맡을 인물은 「일꾼을 뽑는 것」이라며 정치가보다는 행정가를 앞세우려고 한다.
정치인은 일꾼이 아니라는 뜻이 함축돼 모순된 표현이긴 하지만경력을 가릴 때 정치경력보다 정부관리 출신이나 기업경험자 쪽으로 여론을 유도하려는 경향이 없지 않다.
각 지역이 당면하는 환경오염.주택난.교통난,그리고 산업발전 등 문제를 파헤치기보다 잘 관리해 해결하는 능력과 경험의 소유자에게 눈을 돌리게 한다.
그러나 「관리자」는 일을 바로 하는 사람이고,「지도자」는 바른 일을 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지방자치시대가 당면하는 가장 큰 과제는 민생문제의 해결도 해결이지만,그 방식을 저간에 중앙이 범했던 「가진 자」중심의 성장연합,물질적 혜택을 누리기 위한 인간과 자연의 희생같은 것을또다시 반복하지 않는데 있다.
이를 위해 이해갈등을 어떻게 해소할 것인지 난제를 극복할 수있어야 한다.
현재를 잘 관리하면서 지금의 틀을 바꾸어「인간의 땅」을 회복할 수 있는 지도자도 필요하다.
그러니까 지방의회의원은 주민의 의견을 수렴해 반영하며 단체장의 관리방식을 비판하고 견제해야 할 역할이 있고,단체장은 주민을 대표하는 의원들의 의견을 듣고 동시에 자신의 철학과 견주어관료조직을 잘 관리하며 문제를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지를 가름할수 있어야 한다.
유형으로 정치가형.행정가형.기업가형.전문가형.시민운동가형 등으로 후보를 구분해 가려내기보다 오히려 앞으로 3년동안 그 고장이 당면한 문제를 어떤 방향으로 어떻게 해결하겠다는지를 보고가려야 할 것이다.
관리자가 좋을까,지도자가 좋을까,아니면 둘을 합친 유형이 더좋을까는 그 고장이 당면한 문제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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