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선거로본 서울의 票분석-선거"성격"따라 승패 달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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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지방선거를 보는 여야의 시각은 판이하다. 민자당은 지방자치를하기위해 살림꾼을 뽑는 선거라고 주장한다. 반면 민주당등 야당은 중간평가라고 한다. 양측은 그러면서 상대의 주장을 반박한다. 무책임한 선동.실정의 호도라고 비난한다. 이처럼 엇갈리는것은 단순한 말싸움을 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사활이 걸렸기 때문이다. 표를 쥔 유권자가 어떤 기준으로 선택하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리는 것이다.
특히 서울에서 그렇다.서울의 선거는 형식이 내용을 좌우함을 분명히 보여준다.정치적 의미가 강한 대통령선거와 국회의원선거에서는 여당이 1위를 차지한 적이 없다.
6대부터 10대총선까지 공화당은 서울의 득표율에서 야당에 비해 늘 10~20% 포인트 뒤졌다.득표수로는 2배 가까이 졌다. 신군부등장이후 한번의 예외가 있었다.동반당선제가 도입된 11대선거때였다.이때는 민정당이 민한당을 누르고 서울에서 1위를기록했다.
그러나 그도 잠깐이었다.12,13,14대 총선에서는 모두 야당인 신민.평민.민주당이 1위를 했다.
대선도 마찬가지.직선제로 치러진 13대 대선에서는 평민당 김대중(金大中)후보가 1백83만표로 2위인 노태우(盧泰愚)후보의1백68만표를 이겼다.14대 대선에서도 민주당의 김대중후보가 민자당의 김영삼(金泳三)후보를 2백24만표대 2 백16만표로 따돌렸다.
이쯤되면 누구나 여당의 승산이 희박하다고 보지 않을 수 없다.서울을 야당의 아성이라고 보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민주당은 조순(趙淳)후보의 승리를 자신한다.
무소속의 박찬종(朴燦鍾)후보도 나름대로 야당표가 자신을 지지할 것으로 본다.朴후보는 14대 대선에 참여,서울에서 38만표를 얻었지만 『시장선거에서는 될 사람에게 야당표가 몰릴 것』이라고 본다.朴후보는 「될」가능성은 자신이 지지율 1위를 놓치지않고 있는 것으로 입증됐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민자당의 계산법은 다르다.지방자치가 부활된 이래 한차례뿐이었던 지방선거에서는 여당이 이겼기 때문이다.91년 광역의회 선거에서 민자당은 1백53만표를 얻었다.반면에 김대중씨가 이끌던 신민당은 1백26만표를 얻는데 그쳤다.
민자당은 그래서 이번의 지방선거에서도 첫번째처럼 여당이 승리할 것이라고 주장한다.공교롭게도 그때 한국외국어大 밀가루사건으로 민자당 압승의 견인차역을 해낸 사람이 지금의 민자당 서울시장후보인 정원식(鄭元植)씨다.그는 당시 총리였다.
결국 여기서 서울선거의 추세를 정리하면 결과는 자명하다.「정치선거」가 되면 야당이,「자치선거」가 되면 여당이 승리한다고 봐야한다.여야가 이번 선거의 성격규정에 왜 열을 올리나 이해가됨직도 하다.
반면에 서울선거를 과거통계로 분석하면 안된다는 견해도 있다.
시민들의 투표성향에 근본적인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는 주장이다.
예를 들면 아파트밀집지역은 11,12대까지는 야당의 표밭이었으나 14대에는 여당지지로 돌아섰다는 것이 서울출신 의원들의 한결같은 소개다.
이는 정부의 정통성에 밀접한 영향을 받은 결과로 보인다.또한60%에 달하고 있는 20~30대 유권자들이 어떻게 투표할 것인가도 중요한 변수라는 지적이다.
〈金敎俊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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