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의신비>닭의 서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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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오늘날 닭은 인간을 위해 알까는 기계이자 고기제조기의 역할을한다.닭이 인간에 의해 길들여지기 시작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4천년전.아직도 이들의 조상은 인도.말레이시아.미얀마 등지의 밀림 속에 살고 있다.우리 나라에 들어온 것은 중 국으로부터라고하나 정확한 도입 연대는 알 수 없다.
원래 닭은 야생에서 50마리 정도가 모여 집단생활을 한다.이들은 장소에 매우 애착을 갖는 사회성 동물이다.번식기간이 되면이 집단은 한 마리의 수탉이 여러 마리의 암탉을 이끄는 작은 무리로 나뉜다.그래서 닭은 일부다처제(一夫多妻制 )의 사회구조를 갖는다.
대개의 병아리들은 부화기에서 태어나고 있다.병아리들이 자신의엄마에 의해 길러지면 어미와 새끼는 서로를 매우 빨리 알아보게된다.어미닭은 자신의 새끼들을 식별해 다른 어미의 병아리가 오면 쫓아버린다.병아리 간에도 누가 자신의 형제 인지 아닌지 곧바로 알아보게 된다.이런 식별은 초기에는 소리에 의해 이루어지지만 차츰 나이가 들면서 얼굴모양을 보고 알아본다.
생후 3주가 되면 병아리들은 놀이를 한다.이 놀이는 한 마리가 쪼고 다른 놈은 놀라 피하는 싸움놀이로 바뀐다.이런 과정에서 수탉들은 서열이 생긴다.이 서열싸움은 서로 부리로 상대방을쪼아서 결정되는데 가장 서열이 높은 A가 B.C .D를 쪼아대고 그 다음 B는 C와 D를 쪼아대며 C는 D를 쪼아댄다.
서열이 높을수록 먹이나 보금자리를 차지하는데도 우선권이 주어진다.그러나 10마리 이상의 큰 집단에선 이러한 단순한 직선적인 순위제는 붕괴된다.저순위의 개체 중에는 한마리나 두마리가 고순위 개체를 쪼아대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흔히 이러한 저순위의 개체는 비슷한 개체들끼리 연대함으로써 고순위의 개체를 위협할 수 있다.
봄이 오면 겨울보다 해가 조금씩 길어진다.이런 빛이 비추는 시간의 변화는 닭의 눈을 통해 뇌를 자극한다.닭의 뇌에서는 성호르몬의 분비를 서둘러 수탉으로 하여금 동이 트는 새벽부터 울게 한다.수탉의 「꼬끼오」소리는 경쟁자에게 자신의 구역을 표시함과 동시에 자신의 암탉들을 묶어두는 역할을 한다.
무엇보다 이웃집 수탉이 울거나 눈에 띄면 이 소리는 더 빈번해 진다.힘이 센 수탉일수록 울음소리는 더 크며 길어진다.이에반해 힘이 약한 수탉은 거의 울지 못한다.같은 우리에서 수탉들은 이 소리로 상대방을 제압한다.서열이 낮은 수 탉이 울려고 하면 서열이 높은 닭이 달려가 울고 있는 수탉을 쪼아댄다.그러면 울려던 긴 울음 소리가 중간에 끊겨 짧아지게 된다.그래서 닭의 서열이 이 울음소리에 의해서도 쉽게 구별된다.결국 가장 저순위의 수탉은 움음소리 한번 제대로 내지 못한다.소리와 함께나타나는 순위는 닭에서만 한정된 것은 아니다.사람에 있어서도 목소리와 순위는 무관하지 않은 것같다.
朴 是 龍 〈한국교원대교수.동물행동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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