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네 벨레토의 "기계"-打人변신꿈의 비극적 결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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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주변에 부러움의 대상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내가 저 사람이라면 얼마나 좋을까』라고 상상한 적이 있을 것이다.꼭 부럽지는 않더라도 딴 사람이 한번 돼보고 싶은 것은 인간이 영원히이룰 수 없는 마지막 꿈의 영역이 아닐까.
최근 국내에는 처음으로 번역출간된 프랑스추리작가 르네 벨레토(50)의 장편소설 『기계』(열린 책들刊)는 이러한 「존재의 전이」를 가능하게 하는 기계를 발명한 사람의 비극적인 종말을 그린 색다른 작품이다.
작품의 주인공 마르크 라크루아는 뇌전문의이자 정신과 의사.그는 관계하는 여성마다 칼로 난자하는 심한 모성콤플렉스환자 미셸지토의 상담을 맡고 있다.지토는 한 여자를 살해했다는 혐의를 받게 되는데 그가 범인이 아닐 것으로 추측하는 마르크는 색다른실험을 시도할 계획을 세운다.
바로 자신이 비밀리에 개발해놓은 「심리컴퓨터」를 지토의 치료에 적용하기로 한 것이다.두 존재의 정신을 일부 교환하는 혁신적인 장치인 이 기계로 지토의 심리속에 들어가 진상을 알아보려한 것이다.
지토는 흔쾌히 실험에 응한다.그런데 기계가 지나치게 성능을 발휘함으로써 정신이 반반 교환된게 아니라 완전한 이전을 해버린것이다.지토는 자신이 그동안 부러워마지 않던 마르크 라크루아박사가 됐음을 깨닫자 다시 자신으로 돌아가길 거부 하고 「마르크」의 몸을 빌려 정신병동을 탈출한다.그때부터 일이 꼬이면서 끔찍한 사건이 꼬리를 문다.
소설은 「심리컴퓨터」의 개발성공으로 부와 명예를 욕심내던 마르크를 엄청난 불행으로 몰고감으로써 신을 거역하는 문명의 발전과 인간의 욕망을 저주한다.그런 점에서 과학소설(SF)적인 요소를 갖춘 이 작품은 심리소설.스릴러소설의 면모를 두루 갖추어독자를 빨아들인다.
르네 벨레토는 심리미스터리작가.실존주의적 추리소설로 프랑스에서 크게 평가받고 있는 작가.그는 「다른 존재되기」「변신」이란주제를 끈질기게 추구,유럽 추리소설이 지닌 「인간내면성찰의 진지함」을 보여준다.
15년간 여덟편의 장편추리소설을 발표하고 여섯개의 상을 수상한 화려한 경력의 벨레토의 작품이 『기계』를 계기로 국내에 본격 소개된다.
81년 레테상을 수상한 『유령처럼 돌아오다』,82년 프랑스 추리문학대상을 탄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와 86년 최고 서스펜스소설에 주어지는 구텐베르크상과 여성작가들이 선정하는 페미나상,또 리브르상을 휩쓴 『지옥』이 잇따라 번역 출간될 예정이다. 1945년 리옹태생인 벨레토는 74년 첫창작집 『죽은 시간』이 장 레이상을 수상해 일찌감치 작품성을 인정받았으며 추리작가로서는 드물게 프랑스 고급문단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李 湳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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