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공제로 본 ‘대한민국 0.005%’ 초고액 연봉자 601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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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국내에서 연봉을 가장 많이 받는 사람들은 연말정산을 어떻게 했을까. 국세청이 최근 발간한 국세통계연보엔 2006년 과세표준이 10억원을 넘는 601명의 근로소득공제 내역이 나와 있다. 이들은 전체 봉급생활자 1260만 명 중 0.005%에 해당한다. 소득 규모와 인원으로 볼 때 이들 대부분이 대기업의 최고경영진으로 추정된다.

601명이 받은 총 연봉은 1조3160억원으로 1인당 평균 21억9000만원이었다. 매달 받는 봉급(10억6000만원)보다 상여금(11억1000만원)이 더 많았다. 나머지 2000만원가량은 식대와 차량유지비·해외 근무수당 등이었다. 이들은 총 소득의 31.7%인 4167억원을 근로소득세로 냈다. 한 사람당 평균 6억9000만원꼴이다.

이들의 연말정산 내역은 일반 봉급생활자와는 달랐다. 신용카드 소득공제를 받은 사람이 15명(2.5%)에 그쳤다. 소득세를 낸 봉급생활자 중 신용카드 소득공제를 신청한 비율이 10명 중 7명(72%)인 것을 감안하면 매우 적은 숫자다. 국세청 관계자는 “2006년 기준으로 신용카드 소득공제를 받으려면 카드 사용액이 연봉의 15%를 넘어야 하는데 고액 연봉자일수록 이를 넘기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연봉이 20억원이라면 신용카드 사용액이 3억원을 넘어야 공제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의료비 공제는 5명(0.8%)이 1인당 평균 4800만원을 받았다. 전체 봉급생활자의 의료비 신청 비율은 19.4%다. 의료비 역시 연봉의 3%를 넘어야만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는 데다 본인이나 부양 가족이 아플 경우만 가능하기 때문에 대상자가 적은 것으로 추정된다.

대신 기부금 공제가 많았다. 절반이 넘는 384명(64%)이 1인당 3100만원씩 공제를 받았다. 또 다섯 명 중 한 명꼴(18.6%)로 정치자금을 기부한 뒤 세액공제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소득세를 낸 봉급생활자의 정치자금 세액공제 비율(4.6%)보다 월등히 높다. 정치자금은 10만원까지는 연말정산에서 전액 환급받고, 나머지는 기부금 공제를 받을 수 있다.

연봉이 많았지만 연말정산을 꼼꼼히 해 세금을 돌려받는 사람도 많았다. 264명(44%)이 연말정산을 통해 1인당 3440만원의 세금을 환급받았다. 가족관계도 엿볼 수 있다. 절반 정도인 291명이 배우자공제를 받았다. 이들은 배우자가 특별한 소득이 없다는 의미다. 또 어린 자녀가 있어 ‘6세 이하 자녀 양육비 공제’를 받은 사람이 52명(8.7%)이었고, 가족 중 장애인이 있어 공제받은 사람도 25명이었다.

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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