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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정부 노사관계 ‘비상’ … 파업 손실일수 8만4534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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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독일에 본사를 둔 알리안츠생명보험 노조는 1월 23일부터 48일째 파업 중이다. 사측이 올해부터 성과급제를 적용한 것에 대한 반발이다. 노조 최상숙 차장은 “등급 조정과 같은 구체적 내용을 합의하지 않고 사측이 일방적으로 시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파업에는 1082명의 노조원 가운데 76.3%인 825명이 참여했다. 지점장도 178명이나 끼어 있다.

사측의 입장은 강경하다. 이성태 이사는 “성과급제는 2005년 합의된 사안인 만큼 원칙대로 엄정하게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측은 지난달 15일과 22일 두 차례에 걸쳐 파업에 참여한 지점장 19명을 포함해 22명을 징계했다.

노사관계가 불안하다. 이명박 정부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시절부터 노사관계에 있어 ‘법과 원칙’을 강조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10일 한국노총 창립 62주년 기념식 축사(박미석 청와대 사회정책 수석 대독)에서 “노사 간 자율협상은 최대한 보장하면서 법과 원칙은 엄정하고 공정하게 집행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지난날의 관행과 타성에서 벗어나 실용의 자세로 협력하고 투쟁과 대립에서 상생과 협력으로 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인 1월 29일 민주노총을 방문하려다 GM대우 부천 본사를 방문해 “파업을 하지 않으면 기업이 잘 돌아가고, 해고자도 복직되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현장은 이 대통령이 생각대로 돌아가지 않고 있다. 민주노총은 11일 ‘공공부문 시장화·사유화 저지, 사회공공성 강화를 위한 공동투쟁본부’를 출범시킬 계획이다. 또 올 들어 시작된 파업은 장기화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억지 파업 늘어난다”=올 들어 5일까지 파업으로 인한 근로손실일수가 8만4534일이다. 지난해 4만502일에 비해 두 배 가깝다. 또한 올 들어 파업이 벌어진 사업장은 8곳이다. 모두 민주노총 소속 사업장이다.

노동부 노사정책국 관계자는 “올해는 국민이 납득할 수 없는 억지형 파업까지 벌어지고 있는 것이 지난해와 다른 점”이라며 만도 분규를 그중 하나로 꼽았다.

한라그룹을 새 경영진으로 맞은 만도노조는 회사를 매각하고 떠나는 선세이지(JP모건 계열)에 “그간 벌어들인 돈을 사회에 환원하라”며 2월 18일부터 5일까지 부분 파업과 태업을 했다. 민주노총이 투자 유치에 힘을 쏟으려는 새 정부에 맞서 외국계 자본에 대한 강력한 투쟁을 선언한 것과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정한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올 들어 파업이 한번 벌어지면 장기화되고 악성 분규로 번지는 경향을 보인다”고 분석했다.

◇정부에 맞서는 민주노총=민주노총은 공공부문 구조조정과 비정규직 해법을 놓고 정부와 각을 세우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공무원을 포함, 공공부문의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공기업 민영화에서 주춤하는 경향도 있지만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 민주노총 입장에선 그냥 넘길 수 없는 부분이다.

비정규직 근로자에 대해 정부는 기간제 근로자의 사용 기간을 3년으로 늘리고, 모든 업종에서 파견 근로자를 쓰도록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에 대해 노동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민주노총뿐 아니라 한국노총까지 나서 “정부가 법 개정을 밀어붙이면 강한 저항에 부닥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김기찬 기자

◇파업손실일수=파업에 참여한 전체 근로자 수를 파업일 수로 곱한 숫자다. 파업일수는 하루 8시간 이상 파업한 것을 기준으로 한다. 하루 2~3시간 파업했다면 파업일수로 계산하지 않는다. 건강한 노사관계의 잣대로 활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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