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규의 이유있는 인생역전 … 이대형·이종욱 제치고 대만서 펄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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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새옹지마(塞翁之馬)란 야구 대표팀 이용규(23·KIA·사진)의 경우를 두고 하는 말 같다.이용규는 1m70cm로 선수 치고는 키가 작다.

덕수고 시절 꽤 유망했던 그는 키가 작다는 이유로 2004년 신인 1차 지명에서 LG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나 때문에 아들이 원하는 팀에 가지 못했다”며 아버지가 아들 앞에서 눈물을 보인 일화는 야구인 사이에선 유명하다.

설움 끝에 2차 2번으로 LG에 들어갔지만 이대형(LG)에게 밀려 2005년 KIA로 트레이드됐다.

이용규는 이를 악물었다. 그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맹훈련 외엔 다른 길이 없었다. 빠른 발과 좌타자라는 이점에 피나는 훈련이 더해지면서 이용규는 KIA의 간판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2006 시즌 골든글러브(외야수)와 톱타자라는 자리는 부수적으로 따라왔다.

‘연습 벌레’ 이용규가 베이징 올림픽 최종예선(대만)에 참가하고 있는 야구 국가대표팀에서 선두타자로 거듭나고 있다.

그를 KIA로 내몰았던 이대형은 대표팀의 부름을 받지 못했고, ‘두산 육상부’의 선두 격인 발 빠른 이종욱마저 이용규에게 선두타자 자리를 내주고 벤치로, 또는 2번으로 밀려났다.

이용규는 8일 호주전에서 5타수 3안타 3득점 3타점을 기록한 데 이어 9일 멕시코전에서는 2타수 1안타 2볼넷 2득점, 10일 스페인전에서도 5타수 2안타 1볼넷을 골랐다. 공격 첨병으로서 수준급 성적이다.

이용규는 올 겨울캠프에서 매일 1000번씩, 40일 동안 4만 번의 스윙 훈련을 했다. 말이 쉬워 하루 1000번이지 아침부터 시작해 식사시간을 빼고 저녁까지 계속 휘두르다시피 해야 가능한 횟수다. 2004년 시즌 뒤 이승엽이 1000번씩 방망이를 휘두르다 손이 논바닥처럼 갈라지기도 했다.

당시 지바 롯데 코치였던 김성근 SK 감독이 “타격에 작은 변화라도 주기 위해선 수만 번을 휘둘러야 몸이 기억한다”며 이승엽을 다그쳤다.

이승엽이 그런 고통을 감내하며 일본에서도 최고의 타자로 올라섰듯 이용규도 겨우내 흘린 땀을 자양분 삼아 대만에서 화려하게 꽃을 피우고 있다.

타이중(대만)=정회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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