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주는 아직 한겨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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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봄기운이 완연하다. 하지만 은행들은 우울하다. 지난해 최대 순이익 잔치를 벌였지만 내용이 신통찮기 때문이다. 일회성 특별이익으로 영업 실적의 부진을 메운 흔적이 역력하다. 전통적인 은행 영업 외의 새 돈벌이 사업을 찾지 못한 까닭에 미래도 불투명하다. 투자자들이 은행주에 냉담한 반응을 보이는 것도 그 때문이다. 국민은행의 주가가 1년래 최저를 기록한 것을 비롯해 대다수 은행주가 하락 행진 중이다.

◇추락하는 은행주=우리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의 주가는 지난해 2월, 국민·기업 은행과 신한금융지주의 주가는 지난해 7월 최고가를 기록했다. 그러나 그때뿐이었다. 국제 금융시장 불안에 따라 증시가 조정을 받자 은행주들은 일제히 하락세로 돌아섰다. 지난해 7월 9만1800원까지 올랐던 국민은행의 주가는 10일 5만4300원까지 떨어졌다. 역대 최고가를 기록한 지 7개월여 만에 주가 수준이 2005년 10월 수준으로 되돌아간 것이다.

신한금융지주의 시가총액은 최근 국민은행을 누르고 은행업종 1위에 올랐다. 그러나 이는 상대적으로 신한의 주가 하락폭이 국민은행보다 작았기 때문이다. 신한의 주가도 지난해 7월 최고가(6만7500원)에 비하면 27%나 하락했다. 하나금융지주의 주가도 지난해 12월 말에 비해 25% 떨어졌다.

우리금융지주·기업은행 등 정부 소유 은행의 주가도 예외는 아니다. 특히 이들 은행의 경우 주가가 일정 수준 이상 오를 경우 정부가 주식을 매각하기로 약속했기 때문에 오를 땐 적게 오르고, 내릴 땐 다른 은행주만큼 주가가 하락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우리금융지주 관계자는 “주가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올라가면 정부 보유 지분이 시장에 풀린다는 사실을 투자자들이 알고 있어 주가 상승에 제한이 많다”고 말했다.

◇미래도 불투명=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은행들의 순이익은 15조170억원으로 전년보다 10.6% 늘어났다. 그러나 LG카드·SK네트웍스 등에 출자전환해둔 주식을 매각해 얻은 이익 3조4000억원을 제외하면 순이익은 전년보다 오히려 3.2%(3864억원) 줄었다. 펀드나 보험상품을 팔아 생긴 이득도 전년보다 은행별로 50~70%가량 늘었지만 이 또한 증시 상황에 따라 등락이 심하다.

은행이 계속 수익을 내려면 예금을 받고 이를 빌려줘 얻는 수익(예대마진)이 늘어야 하는데 이 또한 쉽지 않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으로 들어오는 예금이 예전만 못해지면서 돈을 조달하는 비용이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며 “그 결과 지난해 은행의 예대마진은 전년에 비해 절반 가까이 줄었다”고 말했다.

이러다 보니 은행의 수익성을 가리키는 지표인 순이자 마진(NIM)은 평균 2.45%로 미국 은행(3.2%)에 크게 못 미치고 있다.

메리츠증권 임일성 연구원은 “은행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가운데 투자은행(IB), 해외진출 부문에서도 뚜렷한 성과를 못 내고 있다”며 “은행주가 상승 여력을 찾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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