白色腐菌 오염물질 제거력 뛰어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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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환경오염의 해결사 백색부균(白色腐菌).이 균은 숲속 썩은 나무둥치에 솜처럼 붙어있는 곰팡이에 불과하나 오염물질 분해와 제거에 탁월한 능력을 발휘한다.
최근 미국.독일 등의 연구진들은 이 백색부균을 이용,폭약의 원료인 TNT(Trinitrotoluence)오염제거를 위한 연구를 진행중이다.
동서냉전 체제가 남긴 환경파괴는 여러가지가 있으나 대표적인 것이 군사기지 주변의 살상무기에 의한 환경오염.멀리는 2차대전때 파괴된 화약공장에서 누출되거나 동.서독 분단시절 군사기지 주변에 방출된 TNT가 토양과 지하수를 극심하게 오염시키고 있다. TNT는 쉽게 분해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2~3PPM의 농도에서도 불루길 등 물고기에 치명적 독성을 나타내며 돌연변이를 유발하는 발암물질이기도 하다.
독일 괴팅겐의 게오르그 아우구스트大 미생물연구소는 백색부균의일종인 파네로키테 크리조스포륨이 TNT를 분해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 연구소의 고츠쇼크 박사팀은 TNT농도 0.36PPM에서는 4일안에 30%,같은 기간 20PPM에서는 5%를 분해했다고 지난해 관련 학회에 발표했다.
미국에서도 백색부균을 이용,군수공장에서 나오는 폐수처리에 이용하려는 연구가 진행중이다.
뉴저지州 툴사大환경연구소는 이 균으로 TNT폐수를 처리,90%이상 오염물질을 제거했다.활성탄 흡착의 경우 제거효율은 높지만 재생이 불가능해 백색부균을 이용하는 편이 훨씬 경제적이다.
백색부균은 원래 나무줄기에 포함된 리그닌을 분해하면서 살아가는 곰팡이다.이 균은 세포 밖으로 효소를 분비,리그닌을 분해한다. 하지만 리그닌 자체보다 리그닌으로 둘러싸인 목재 내부의 섬유소를 분해.이용하기 위해서다.
분자구조가 워낙 복잡한 리그닌을 분해할 수 있는 백색부균에는다른 미생물들이 분해할 수 없는 난분해성 인공 합성물질의 분해는 문제가 안된다.
시안.벤조피렌.안트라센.다이옥신.DDT등 인체에 유해한 물질들도 쉽게 분해한다.
〈표 참조〉 한편 국내에서도 염색폐수와 쓰레기 매립지 침출수처리에 백색부균을 이용하려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염색폐수와 침출수는 일반적인 폐수처리로는 완벽한 처리가 어렵고 처리후에도남는 색깔 때문에 골칫거리다.
강원대 송홍규(宋弘珪.미생물학)교수팀은 서울난지도 매립지에서나오는 짙은 갈색의 침출수를 백색부균으로 처리,2일만에 60%까지 탈색되는 것을 관찰했다.
또 메틸렌 블루나 콩고 레드와 같은 염료도 저농도에서 각각 4일과 6일만에 90%이상 분해하는 사실도 확인,지난달 하순 한국미생물학회에서 발표했다.
宋교수팀은 이 결과를 바탕으로 염색폐수처리에 백색부균을 응용하면 큰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실제 응용을 위한 본격적인 연구를 서두르고 있다.
이와함께 백색부균을 이용해 쓸모없이 버려지는 목재의 리그닌 성분으로부터 알콜을 생산하는 연구도 국내에서 이뤄지고 있다.
姜讚秀.환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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