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의 ‘뒤집기 쇼’ 가능할까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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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호 10면

힐러리가 이기려면 우선 오바마의 승리가 유력시되는 와이오밍(8일)·미시시피(11일)에서 선전하고 자신이 우세한 다음달 22일 펜실베이니아(대의원 수 188명)에서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 그 후 힐러리는 마지막 경선이 있는 6월 7일까지 버티며 역전의 묘수를 찾아야 한다.

우선 지방 당 지도부가 경선일을 앞당겨 전당대회에 대의원을 파견할 자격을 박탈당한 미시간·플로리다에서 다시 경선을 치른다면 큰 주에 강한 힐러리가 판세를 일거에 뒤집을 수 있다. 힐러리 측은 “미시간·플로리다의 500만 유권자의 권리를 박탈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주장한다.

다만 “게임 도중에 게임 규칙을 바꾸는 법이 어디 있느냐”는 하워드 딘 민주당 전국위원회 의장의 말처럼 당내 반발이 만만치 않다.

둘째, 수퍼 대의원이라는 변수가 있다. 지지 후보를 바꿀 수 없는 일반 대의원과 달리 796명에 달하는 수퍼 대의원은 전당대회 당일에도 마음을 바꿀 수 있다. 정계에 오래 몸담은 힐러리는 수퍼 대의원과 친분관계가 끈끈하다. 지금도 수퍼 대의원 확보 경쟁에선 238명 대 199명으로 오바마를 누르고 있다.

수퍼 대의원의 표심은 자신의 근거지에서 나온 경선 결과를 반영한다. 그러면서 본선 당선 가능성을 고려한다. 이에 오바마는 진작부터 “수퍼 대의원은 일반 유권자의 뜻에 따라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오바마에게 치명적인 문제가 발견된다면 수퍼 대의원 제도는 힐러리의 손을 들어줄 장치로 작용할 수 있다.

셋째, 후보 자질·검증 논란은 더욱 격화될 전망이다. 힐러리 측은 “오바마에 대한 검증은 시작 단계이나 힐러리에 대한 검증은 지난 15년 동안 계속돼 더 이상 드러날 게 없다”고 주장한다. 물론 오마마 측 주장은 정반대다. “힐러리에 대한 검증은 아직 시작되지도 않았다”고 주장한다.

일각에선 4월 15일 공개될 클린턴 부부의 납세 신고서에서 뭔가 나올 거라고 기대한다. 오바마의 문제는 힐러리 진영 수준의 네거티브 공세를 펼칠 수 없다는 것이다. 구태정치 청산과 화해·단결을 강조해 왔기 때문이다. 오바마 대신 측근이 나설 수는 있다. 오바마의 선임 외교정책 고문인 사만다 파워(하버드대 교수)는 “힐러리는 괴물(monster)”이라는 자신의 발언이 파문을 일으키자 7일 사퇴했다.

힐러리가 민주당 후보로 나선다면 이번 대선의 최대 화두는 ‘최초의 여성 대통령’으로 집약될 수 있다. 미국인은 학교에서 문화적 다원주의의 세례를 받았기 때문에 성·인종 차별은 죄악이라는 강박관념이 있다. 따라서 본선에서 힐러리는 예선 때와 다른 돌풍을 일으킬 수 있다.

그래서 힐러리와 오바마가 정·부통령 후보로 나선다면 천하무적이라고 보는 사람이 많다. 힐러리는 5일 CBS에 출연해 “그런 방향으로 나가고 있는지 모르지만 우선 대선 후보가 결정돼야 한다”고 이전보다 긍정적으로 반응했다. 7일에는 오바마를 러닝메이트로 고려할 수 있다고 다시 언급했다. 공화당에서 매케인의 러닝메이트로 여성이자 흑인인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을 내세우자는 의견이 제기되는 것도 이런 가능성을 의식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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