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조치 세대의 ‘역습’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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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호 16면

2005년 당시 중앙일보 탐사기획팀은 국내 파워엘리트 3만1800명의 학연 구조를 출생연대로 분석해 단행본(『대한민국 파워엘리트』·황금나침반)으로 낸 적이 있다. 파워엘리트의 고교·대학 연줄이 얼마나 뭉쳐 있는지 지형도 형태로 그래픽화하기도 했다.

지난 40년간 학연 집단은 집중형(1950년 이전 출생)-강력한 집중형(50년대생)-분화형(60년대생)-해체형(70년대생)으로 변해왔다. 집중형일수록 서울대·연세대·고려대 등과 경기고·서울고 등의 출신이 함께 얽혀 강력한 연줄 집단을 만들어 서로 끌어준다. 반면 해체형일수록 다양한 학교 출신이 엘리트 집단을 구성해 학연 응집도는 약해진다.

이명박 정부의 파워엘리트는 강력한 학연 응집도를 보이는 1950년대 출생자가 주축이다. 그림은 50년대생 엘리트(점)가 학교 연줄(선)로 서로 연결돼 있는 모습. 중앙에 명문대와 명문고 출신자가 몰려 있다.

노무현 정부의 엘리트 구조는 50년대 출생자가 섞였지만 해체형에 가까웠다. 특히 노 대통령의 측근에는 60년대 출생인 386세대가 집중적으로 포진해 있었다. 지난주에 모습을 드러낸 이명박 정부의 엘리트 구조는 강력한 집중형 성격이 강하다. 50년대 출생은 긴급조치가 발효됐던 유신정권 시절에 대학교를 다녀 긴급조치 세대로 불린다. 해방 이후 가장 끈끈한 학연 집단인 긴급조치 세대가 세월을 거슬러올라가 정치권력의 주역에 다시 등극한 것이다. 이명박 정부에 영남 출생, 석·박사 소지자가 많은 점도 긴급조치 세대의 전형적인 특징이다.

끈끈한 학연 구조는 국정 안정에 기여할 가능성이 있다. 이전 정권보다 정치·경제·사회 기반이 흔들리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보수·부패에 대한 염증과 개혁에 대한 갈증을 불러일으킬 가능성도 있다. 정권 출범 초기에 ‘고소영’ ‘강부자’ 같은 단어가 유행한 것은 이런 학연집단의 특성을 드러낸 측면이 있다. 이번 주 스페셜 리포트에는 이명박 정부의 핵심 인사 100명의 면면이 담겨 있다. ‘역습’에 성공한 긴급조치 세대가 5년 뒤 어떤 평가를 받을지 앞날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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