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이대론 안된다] 해외 농협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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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다농.네슬레 등은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낙농.유가공 다국적 기업이다. 특히 유럽연합(EU)에서 이들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개별 농민이나 소규모 조합으로는 상대가 안 되는 규모다.

공룡 같은 다국적 농산.식품회사에 맞서기 위해 EU 지역의 농민들이 택한 전략은 농협의 대형화다. 대규모 합병을 통해 원료농산물의 생산에서부터 유통.판매에 이르기까지 수직적 계열화를 이뤄냈다.

스웨덴에서는 연간 매출액이 50억유로(약6조원)에 이르는 대형 유가공 사업체인 알라푸즈 농협이 출현했다. 덴마크의 양돈 협동조합들은 전국단위로 합병해 유가공 사업체인 데니시 크라운 농협을 출범시켰다. 이 농협의 연간 매출액은 461억크로네(약 7조원)에 달한다.

이 같은 대형화 추세는 일본도 마찬가지다. 일본은 한국과 같이 소농구조라는 특성 때문에 농협이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을 겸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종합농협의 경제사업은 만성적인 적자를 면치 못했고, 신용사업도 수지악화로 존립기반이 위협받았다. 결론은 대대적인 합병을 통한 구조개혁이었다. 1975년 4803개에 달했던 일본의 단위농협은 2000년 1264개, 2003년 944개로 줄었다. 살아남은 농협들은 대형화를 통해 경쟁력을 높이는 중이다.

대형화의 문제점은 조직의 비대화와 관료화다. 유럽의 농협들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분야별로 전문화된 자회사를 설립했다. 자회사는 유능한 전문경영인을 스카우트해 경영책임을 맡기고, 결과에 대해 엄격하게 책임을 묻는다.

독일 바이에른 농협은 37개의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고, 네덜란드의 세베코 한텔스라드 농협은 자회사가 100개에 이른다. 일본 농협의 계열 자회사는 1000여개가 넘는다.

비농민을 조합원 또는 준조합원으로 가입시켜 경쟁력을 확보하는 사례도 있다. 캐나다의 브리티시 컬럼비아주 남부에 있는 솔트 스프링 아일랜드 지역에서는 2001년 12월에 식품협동조합이 설립됐다. 이 조합은 인근의 소비자와 근로자를 모두 조합원으로 가입시켜 규모를 확대했다.

김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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