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대통령 탄핵안 공동 발의 불투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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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 문제를 둘러싸고 한나라당이 수시로 입장을 바꾸는 등 극심한 혼선을 빚고 있다. 이에 따라 탄핵 발의 자체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민주.한나라당 양당 총무는 8일 盧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을 9일 국회에서 발의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뒤이어 한나라당은 열린우리당의 물리적 저지 가능성을 이유로 탄핵안 발의에 유보적 입장으로 선회했다.

한나라당의 입장 변화는 의결 정족수의 어려움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본지 확인 결과 한나라당 의원들 중 盧대통령 탄핵에 반대하거나 유보적 입장을 취한 의원은 소장파와 공천 탈락 의원, 구속 수감 의원 등을 포함해 3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실제 표결에서 탄핵에 반대하거나 투표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의결 정족수인 재적의원 3분의 2(181석)를 넘지 않아 탄핵안은 부결된다.

한나라당 홍사덕 총무는 8일 오후 "탄핵안을 발의할 경우 열린우리당이 물리력으로 표결 처리를 저지할 것이라는 점을 뻔히 아는 상황에서 발의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洪총무는 "盧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은 탄핵안 표결 저지로 국회가 난장판이 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데 우리가 그런 난장판 속으로 들어갈 생각은 없다"며 "국회의장이 질서 유지권을 발동하겠다는 입장을 밝히지 않는 한 탄핵안을 발의해 표결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洪총무는 이날 오전만 해도 소속 의원 전원에게 알림장을 돌려 "9일 중 전 소속 의원 명의로 탄핵안을 발의할 테니 반대하는 의원들은 미리 알려 달라"고 했었다.

민주당은 "우리는 원칙대로 밀고 나갈 것이며, 한나라당이 조만간 함께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장전형 수석부대변인)며 한나라당과의 공조를 가다듬겠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두 야당이 탄핵안을 공동 발의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야당은 盧대통령의 열린우리당 지지발언과 관련, 중앙선관위가 위법결정을 내린 것에 대해 대통령이 사과를 하지 않는다는 등의 이유로 탄핵을 준비해왔다.

이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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