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파일>"백색공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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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뉴욕 웨스트사이드 72번가와 브로드웨이가 만나는 셔만 광장을 마약중독자들은 니들 파크라 부른다.』 첫 장면의 자막 설명에서 알 수 있듯『백색 공포(The Panic in Needle Park)』는 뉴욕의 마약 중독자들을 묘사한 작품이다.
중독자들과 함께 생활하며 찍은 것처럼 드라마틱한 극전개보다는이들의 삶을 사실적으로 그리고 있다.
재미만을 생각한다면 지루할지 모르나 마약 중독자들이 왜 범죄세계에 깊이 빠져들 수밖에 없는지,중독자 문제가 왜 개인 차원을 벗어나 사회문제화할 수밖에 없는지를 현실감있게 인식시켜준다. 70년대초에 나온 마약 관련 영화중 가장 뛰어나며 이해하기쉬운 영화로 꼽히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화가 헬렌(키티 윈扮)은 낙태후의 공허감을 달래준 남자 바비(알 파치노扮)와 동거하게 된다.
마약 복용자인 바비에게 의지하게 되면서 자연 헬렌도 마약에 손을 대게 되고,바비가 감옥에 간 사이 완전히 중독자가 된 헬렌은 약값 마련을 위해 몸을 판다.
증오와 사랑이 엇갈린 나날을 보내며 마약 거래와 배신을 거듭하는 두사람의 앞날은 수렁에 빠진 것처럼 끝이 보이지 않는다.
감옥에서 나온 바비와 나란히 걷는 헬렌의 모습,그들이 중독자삶을 벗어나지 못하리라는 것을 암시하기에 충분한 라스트신이다.
두번째 주연작인『백색 공포』에서 알 파치노는 이후의 반영웅적캐릭터의 바탕을 충실히 보여준다.
키티 윈은『백색 공포』가 대표작으로『엑소시스트』1,2편에 잠깐 모습을 보였다.
『버닝 시즌』과『스트리트 파이터』를 유작으로 남긴 라울 줄리아가 영화의 첫부분과 끝부분에 잠깐 등장하는 이 작품은 제리 샤츠버그의 71년 연출작이다(우일 출시).
마약으로 인한 인간성 파괴를 그린 강렬한 작품으로『러시』와『프렌치 커넥션 2』를 꼽을 수 있다.
『러쉬』는 마약소굴에 잠입한 남녀 형사가 진짜 중독자가 돼가는 모습을 처참하게 그린 작품.
또 암흑가 거물에게 붙들려 강제로 마약 주사를 맞은 뽀빠이 형사가 중독증에서 벗어나기 위해 스스로 감옥 생활을 하며 울부짖는 장면이『프렌치 커넥션 2』의 압권이다.
〈「으뜸과 버금」프로그램정보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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