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형문화재전수자>5.丹靑 기능보유자 후보 朴亭子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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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삼라만상을 녹일듯한 강렬한 색깔이 일정한 문양의 배열을 통해 그지없는 율동미를 주면서도 일점.일획의 여유도 허용치 않는단청(丹靑)의 포만감에 끌려 배우게 됐습니다.』 단청하면 흔히절간이나 고궁의 서까래나 벽등에 울긋불긋 칠해진 단순한「페인팅」정도로 생각하기 쉽지만 장르로 치면 탱화.영정.벽화등 모든 불화를 포괄하고도 남는 상위개념이다.
집합기호로 표시하면 단청⊃불화⊃탱화.영정.벽화順.신심이 두터운 구도자(求道者)의 자세가 아니면 단청을 그릴수 없는 소이가바로 여기에 있다.
주된 대상이 불가(佛家)와 관련된 것인데다 작품을 완성하기까지에는 엄청난 시간과 인내력이 요구되기 때문.
당연한 얘기지만 그래서 중요무형문화재 제48호 단청의 기능보유자 후보 박정자(朴亭子.56)여사는 순도 99.9%의 불교신자다. 고향인 나주에서 교편을 잡고 있던 朴씨가 70년 서울에왔다가 우연히 봉원사에 들러 스승 만봉(萬奉)스님을 만날 수 있었던 것도 따지고보면 집안 대물림으로 믿어온 불교의 인연때문이다. 『여자가 단청을 배우겠다니까 처음에는 스승님이 탐탁지않게 여기시더군요.하지만 무조건 졸라댄끝에 1주일 뒤에 오라고 하시는 것을 사흘만에 다시 찾아갔더니 붓과 종이를 주시면서 그려보라고 하시더라고요.하루종일 꼼짝않고 그려대는 것을 보시고서야 참을성이 괜찮다 싶은지 허락을 하셨어요.』 단청작업은 바탕에 가칠을 한 위에 초상(草像)을 그리고 채화를 한다음 법유(法油)를 바르거나 칠(漆)을 올려 마무리하는 것이 과정의 전부. 이가운데 朴씨가 담당하는 것은 초상부분으로 한지에 기본문양을 그린 뒤 종이를 접어 무늬에 따라 바늘로 구멍을 내고 호분(胡粉)을 두드려 연속무늬의 틀을 만드는 것을 이른다.
朴씨는 한동안 스승과 함께 절등에 단청을 하러 다니곤 했 지만 지금은 주문도 별반없는데다 힘이 들어 여래나 보살등을 그리는 불화작업에 더 몰두하고 있다.
현재 불교방송의 불화반지도를 하고 있는 朴씨는 가내제자만 8명을 두고 있지만 『이미지가 다 틀리는 3천불을 모시려면 아직도 멀었다』며 붓을 가다듬는다.
李晩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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