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IPI서울총회가 남긴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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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제44차 국제언론인협회(IPI)의 서울총회가 어제로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IPI총회는 지난 15일 개막되어 17일 데이비드 라벤톨회장의 폐막사와 함께 3일간의 공식적인 행사의 막을내린 것이다.
이번 서울총회는 우리에게 몇 가지 역사적 의의가 있다.이번 행사가 가지는 첫번째 의의는 IPI총회가 우리나라의 수도인 서울에서 개최된 사실에 있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우리나라는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IPI의 감시대상국이었다 .IPI총회의 서울개최는 문민정부가 이룩한 정치민주화와 우리언론이 쟁취한 언론자유화에 대한 국제사회의 국제적 인정으로 평가된다.우리나라는 이번 IPI총회를 기점으로 언론후진국에서 언론선진국으로 도약하는 국제적 기반을 확보하게 된 것 이다.
서울총회가 가지는 두번째 의의는 우리나라에 대한 국제사회의 무지를 개선하는 데 대단히 유익한 계기가 되었다는 점이다.우리나라는 그동안 불행했던 역사과정 속에서 매우 부정적인 국제적 이미지를 형성해 왔다.
우리는 국제사회를 잘 모르고 있고,국제사회 또한 우리를 잘 모르고 있다.한국민의 세계무지(無知)와 세계인의 한국무지가 국제정보의 파행적 유통 때문에 위험수위에 직면한 것이 오늘날 우리의 현실이다.이번 기회를 통해 우리는 45개국 3백50여명의세계언론인들에게 민주화된 정부,비교적 자유로운 언론,안정된 사회,성장한 경제,그리고 무엇보다도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문화민족으로서의 긍지와 자부심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었다.
IPI총회의 서울개최가 가지는 세번째 의의는 세계여론을 주도하는 국제언론인들이 한반도의 분단,북한사회의 실상,그리고 통일에 대한 우리민족의 간절한 염원을 직접 보고,듣고,생각하는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는 사실이다.그들은 판문점에 가 서 분단의 실상을 보았고,북한실상과 통일에 대한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의 연설을 경청했으며,독일연방은행 요한 빌헬름씨의「독일통일의 교훈」이라는 연설과 토론을 통해 통일방향을 생각하게 된 것이다.
오늘과 같은 지구촌시대에 있어서 한반도통일은 남북한 당사자의합의만으로는 성사되기 어렵다.한반도통일에 대한「지구촌의 양심」이 국제적 여론과 압력으로 작용할 때만 명실상부한 통일이 가능한 것이다.그러한 차원에서 국제여론을 주도하는 언론인들이 한반도상황을 직접 체험하게 된 것은 큰 의미를 갖는다고 보겠다.
이번 서울총회가 갖는 네번째 의의는 IPI총회가 우리에게 주는 여러가지 교훈들에 있다.
이번 총회에서 발표된 논문 가운데서「독일통일의 교훈」「미디어세계화와 문화적 정체성」「민주화와 경제적 성장」등은 우리로 하여금 많은 것을 생각 케 했다.그리고 인도네시아를 포함한 7개아시아국가들의「언론상황보고」와 「언론인 교육과 훈련」에 관한 집중토론 등은 특히 우리언론에 많은 교훈을 주는 유익한 모임이었다. 이러한 분위기와 노력의 결과로 IPI는 북한사회의 개방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이 결의안은 국제사회와 북한사회를 향해▲언론인의 북한지역 자유여행 허용▲언론을 포함한 표현자유의 보장▲이산가족의 자유로운 의사교환 보장 을 구체적으로 요구했다.이것도 이번 서울총회의 의미 있는 결실이라 평가된다.
그동안 IPI는 북한 실상에 대해 한번도 결의안을 채택한 바없음을 유념해야 한다.
서울총회의 전과정을 지켜보면서 가장 아쉬웠던 점은 우리언론인들의 소극적인 참여자세와 우리언론의 보도태도다.우리언론인들은 이번 기회를 좀더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했고,행사중심의 보도보다는 발표.토론.쟁점.교훈중심의 보도에 더 큰 역점 을 두었어야했다. 〈延世大교수.언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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