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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포럼>미국의 도쓰게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미키 캔터 미국 무역대표부(USTR)대표는 16일 오전(현지시간)백악관 뜰에서 드디어 무서운「돌격」명령을 뱉어 놓았다.1백%라는 초고율 보복 관세를 부과할 예비 리스트로 일본제 고급승용차 13개 모델을 선정,발표한 것이다.현재 미국이 수입하고있는 물량을 기준하면 대강 60억달러어치가 대상이다.일본이 6월28일까지 미국산 자동차 시장을 개방하지 않으면 이 보복은 실천될 것이라는 으름장이다.장장 지난 20개월을 끌어온 美-日자동차협상의 결렬에 대한 보복이다 .
올해는 2차세계대전이 일본의 항복으로 끝난지 50주년이다.그전쟁에서는「도쓰게키(돌격!)」라는 일본어가 일본 군대의 전투정신을 상징했다.힘이 부치던 일본의 패전을 예감으로 내포하고 있던 말이기도 하다.『전쟁은 쉽다.어려운 것은 그 것을 수행하는일이다』라는 분별력 있는 명언을 남긴 나폴레옹조차 결국은 전쟁에서 패배했다.전쟁에 관해 가장 쉬운 것은 그것을 일으키는 것일는지 모른다.「돌격」은 그 다음으로 쉬운 것일 수도 있다.
미국이 이번에 美-日 무역전쟁에서「돌격!」하고 부르짖은 것을많은 자유무역 옹호론자들이 앞을 다퉈 나무라고 나섰다.영국의 주간 이코노미스트誌의 사설은 1백년 이상 자유무역 옹호로 일관하고 있다.이번 주 판은「자유무역에 대한 미국의 신앙에 도대체무슨 일이 생겼나」라는 부제가 붙은 사설을 싣고 있다.『미국은평소에는 자유무역을 외치다가도 그것이 자기 일이 되면 진정으로손에 땀이 배게 하는 위선자로 변신한다… 이것이 세계무역기구(WTO)를 설립하기 위해 그토 록 노력해온 그 미국과 같은 미국인가.WTO는 무역분쟁을 쌍무적 힘의 대결 아닌 국제 규칙에의해 해결하는 것이 그 설립의 주 목적이 아니던가』라고 개탄하고 있다.
WTO는 유엔과 비슷해질 것 같다.유엔이라는 것은 2차세계대전 후 미국과 소련 두 군사 초강국 사이의 냉전을 위한 그림자전투 장소로 봉사했다.그것에 유추한다면 WTO는 경제 초강국 사이의 무역 냉전 장소로 쓰일 것이다.
전쟁은 평화와는 다르다.병리가 생리와 다른 것처럼 말이다.평화는 전쟁 중의 병사가 얻는 잠시간 휴가처럼 인류 역사상 아직은 특별한 짬에 불과할 수도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완전히 보편화된 자유무역은 이상적인 논리의 場일 뿐이다.일반적으로 당면하는 상황은 대체로 세계 무역체제 어딘가는 병을 앓고 있음이다.만성적인 경기후퇴.실업.인플레이션.국제수지 적자,이런 질병을 앓는 나라로서는 국제 또는 국내 시장기능의 자연 치유능력에만 맡겨 두기엔 너무 벅차다.(며칠전구설수로 해임된 김숙희(金淑喜) 前교육부장관 발언도 건강과 질병,이 두 명확하게 구분해 인식해야 할 상황을 혼동했던 한 예로 보인다.우리나라 남북 분단은 질 병이다.6.25전쟁때 싸운것을「명분」이 없다고 말하는 것은 부처님 세상급의 건강국가에서나 해당할 소리다.성철 스님에 따르면 부처님은 어느 생에선가 한번 배고픈 호랑이를 위해 자신의 몸 전체를 고기로 제공한 적이 있다고 했다.) 일본은 작년 약 7백억달러의 對美흑자를 냈다.그 가운데 60%가 자동차와 그 부품의 수출입 차액에서 생겼다고 한다.일본의 국내 자동차 판매에서 미국제 자동차가 차지하는 비율은 2%에 불과한 반면 미국에서 일본제 차는 24%를차지 한다.이런 사정이 만성적으로 계속된다는 건 미국의 질병이다. 서양식 논리의 함정은 말은 맞지만 실제성이 없는데 있다.
누가 보아도 이 병은 미국이 앓는 병임에 틀림없다.그러니까 당신네 나라가 저축을 늘리고 생산성을 향상해야 한다고 미국을 윽박지르는 것은 일본이 개진(開陳)할 수 있는 서양식 논리에 따른 정답일 뿐이다.
이런 논리로만 윽박지른대서야 미국은 실제로 관세를 대폭 올리게 되든지,아니면 할 말은 아니지만 미쳐버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미국의 현재와 같은 대규모 만성적자는 세계 경제를 위해 너무도 위험하다.달러-엔 환율만이 불안 내지 요동하는 것이 아니라 그에 따라 세계 통화 전반의 기능마비 징조를 우리는 벌써겪고 있다.미국의 병을 일본의 몸에서 고칠 수밖에 없다는 것이일본에게는 억울하겠지만 동양적인 논리다.초월적이지만 실제적이다.흑자국가인 일본이 양보할 수밖에 없는 소이(所以)가 여기에 있다. 일본의 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郎)통산장관은 이번 美-日 자동차회담에서 끝까지 당당히「노」라고 말함으로써 미키 캔터대표의 코를 납작하게 해준 덕분에 차기 총리감으로 일본 국민의인기를 얻고 있다고 한다.이것이야말로 일본의 질병 부분이다.일본에도 병이 없는 것이 아니고,또 오움진리교뿐만도 아닌 것 같다.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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