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의신비>괭이갈매기-암컷求愛에 물고기선물 和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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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괭이갈매기는 우리나라 텃새로 한반도 주변의 무인도에서 번식한다.괭이갈매기는 우리나라 섬지역을 제외하곤 일본에 일부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을뿐 세계적으로 전혀 연구가 이루어져 있지않은 새다.
그런데 최근 우리나라 연구팀에 의해 전세계의 갈매기 45종 가운데 가장 늦게서야 그 행동의 신비가 하나씩 밝혀지기 시작했다. 괭이갈매기는 암수가 만나 평생을 부부로 산다.이들은 지난해 번식했던 곳에 다시 찾아 온다.장소도 지난해 썼던 곳을 다시 사용한다.물론 새로 짝지어진 부부는 새로운 둥지를 마련한다. 이 괭이갈매기 부부는 무척 금실이 좋다.결코 서로 다투거나싸우는 일이 없다.짝짓기 위해 암컷이 수컷에 구애신호를 보내면수컷은 잡은 물고기를 선물한다.이 선물을 받기 위해 암컷은 고개를 위로 가볍게 들어올려 흐느낌의 소리를 낸다 .
시간이 갈수록 이 소리는 더욱 간절해진다.이것은 수컷 앞에서행해지는 괭이갈매기의 전통적인 의식이다.이들은 머리를 들어올려진 부리의 높이가 수컷의 키를 넘으면 안된다는 규칙을 채택하고있다. 이런 정확한 암컷의 행동에 가끔 성미가 급한 수컷들이 관찰되곤 한다.이런 수컷들은 물고기를 먹이지 않고 암컷을 범하려들기 때문에 그 암컷은 절대로 자신의 등을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 관찰 결과 물고기를 많이 먹이는 수컷들이 짝짓기에 성공할 확률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동물의 세계에서 짝의 선택권은 암컷에 있다.바로 능력있는 수컷만이 훌륭한 자손을 퍼뜨릴 수 있기 때문에 암컷들은 그런 수컷들을 선택하고 있는 것이다.
어디든지 천적은 있는 법.으레 이들의 번식지에서 위협적인 존재는 매가 된다.
이 섬의 절벽 어딘가에 둥지를 틀고 함께 새끼를 키우고 있는이 매들의 양식은 괭이갈매기 새끼가 된다.그래서 이 섬에 매가나타나면 수천마리의 갈매기들이 경계에 들어간다.또 사람이 나타나면 주변의 갈매기들이 날아올라 위협의 신호를 보낸다.
그 신호는 이렇다.처음엔 침입자를 향해 비행하면서 「끽」하는위협신호를 준다.그래도 이 침입자가 물러서지 않으면 그때는 이위협신호와 함께 발로 침입자의 머리를 떠민다.흥분이 계속 고조되면 괭이갈매기는 튼튼한 부리를 사용해 침입자 를 무찌른다.
그러나 천적인 매가 나타나면 상황은 다르다.수백m 공중에서 정찰하는 매는 아직 이 괭이갈매기들에게 위협이 되지 않는다.이매가 갑자기 수직비행을 해 번식지 어딘가에 착륙하면 소란했던 이 섬은 잠시 정적이 깔린다.
그리고 매를 처음 목격한 갈매기 하나가 「매매매」라고 외치면이 소리는 그 주변에 있는 갈매기들에 퍼져나간다.
그러면 수천마리가 「매매매」로 대합창을 한다.재미있는 사실은이 「매매매」하는 소리를 음석분석기로 분석해보면 사람이 「매매매」하는 소리와 거의 똑같다.
혹시 우리 조상들이 매라는 이름을 이 광경을 보고 지어준 것이 아닌가 할 정도로 착각하게 한다.이들의 소리를 녹음해 녹음기를 번식지 가운데 놓고 틀어줘도 매가 나타난 것과 똑같은 반응을 보인다.
朴 是 龍 〈한국교원대교수.동물행동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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