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해는뜨고 해는지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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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제2부 불타는 땅 새들은 돌아오지 않았다 (20) 피를 본 눈들에 불이 붙었다.저마다 이리 뛰고 저리 뛰면서 돌을 날라왔고,우지끈거리며 숙사 뒤편의 담을 뜯어 몽둥이들을 만들었다.이러다가는 무슨 일이 나도 크게 나지.아무래도 걱정이 되어서 동필이는 돌과 몽둥이들이 쌓이는 마당을 가로질러 가 머리에 수건을 매고 있는 덕호를 찾았다.
『괜찮겠소? 일이 커지겠는데.』 『일은 이미 커졌다.이젠 이사람들을 나도 못 막는다.물 건너간 거야.』 『그러면?』 동필이가 아랫입술을 물었다.덕호가 핏발이 선 눈으로 그를 노려보았다. 『넌 몇 사람 끌고 가서,물 길어다놓고 밥이나 지어라.어차피 한판 붙을 거면,세가 올라가 있는 지금 붙어야 사람들이 덜 다친다.』 들것에 돌을 담아 든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나가고있었다.그 앞뒤를 곡괭이와 몽둥이를 든 사람들이 에워싸고,대창을 추켜올리는 사람들도 보였다.덕호가 그들에게로 뛰어가며 소리쳤다. 『치고나가서 두어 놈 잡아오는 거다.』 『그냥 갈 것 없다.다 부수며 나가자.』 아파트 골목으로 몰려나가며 징용공들이 돌을 던지기 시작했다.골목 끝,길이 꺾이는 곳에 진을 친 일본인들을 향해 징용공들이 밀려나가면서 던진 돌에 맞아 일본인아파트의 유리창이 깨져나가는 소리가 살벌하게 울려퍼졌다.유리창이 깨져나갈 때마다 징용공들 사이에서 함성이 일었다.몽둥이와 곡괭이를 든 사람들이 앞장을 서고 그 뒤를,서로 앞을 다투면서물결이 출렁거리듯 돌팔매질을 하는 징용공들이 뒤따랐다.
길 양쪽의 아파트 유리창을 두들겨부수며 몰려나오는 기세에 밀린 듯 이마에 흰 끈들을 묶고 기다리고 있던 일본인들이 뒤로 밀리기 시작했다.와아와아 하는 함성과 함께 돌과 곡괭이가 빙글빙글 돌면서 허공을 날아갔다.여기저기에서 퍽퍽 돌 맞는 소리가들리고,앞서서 치고나가는 사람들 뒤에 서서 복길이는 쓰러져서 널부러지는 징용공들을 부축해서 숙사로 데려가는 일을 돕고 있었다. 언덕 위로 오르는 길목에 일본인들이 집결하는 것을 바라보면서 덕호가 소리쳤다.
『선두,거기서 멈춰.더 나가면 안된다.』 『맞다.밀고올라가다간 우리가 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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