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리혜의메이저밥상] 컬러풀 이유식, 파워풀 아기 건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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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하게 웃는 모습이 누가 봐도 찬호씨를 똑 닮은 딸 애린이. 낳을 때만 해도 몸무게가 3.06kg으로 지극히 평범했는데, 지금은(18개월) 12kg에 키(85cm)가 또래보다 한 뼘이나 크다. 애린이가 크다 보니 업어주고 안아주는 일이 힘에 부칠 때도 있지만 무엇이든 맛있게 먹고 건강하게 자라주니 고맙기만 하다. 덕분에 초보 엄마로서 약간은 걱정스러웠던 이유 시기도 조금 수월하게 지나갔다.

 요리를 전공했다곤 하지만 경험 없는 초보 엄마이기에 이유식 만들기는 쉽지 않았다. 이유식이 아이의 입맛은 물론 평생 건강의 기초를 다지는 일이라고 생각하니 더 조심스러웠다. 그래도 간 하지 않기, 쉽게 구할 수 있는 채소를 활용해 항상 컬러풀하게 먹이기, 단 과일 먹이지 않기 등 나름의 원칙을 정했다. 무엇보다 애린이가 새로운 음식에 적응할 때까지 서두르지 않았다.

18개월 애린이 벌써 12kg

■초기 이유식=애린이가 처음 맛본 이유식은 토마토다. 생후 6개월부터 씨를 빼고 껍질을 벗겨 묽게 끓인 죽을 하루에 한 번씩 먹였다. 모유를 먹이던 4~5개월 때 우유 베이스의 분유를 주었더니 애린이 얼굴 곳곳이 빨개졌다.

아토피가 걱정돼 병원에 갔더니 분유를 두유 베이스로 바꾸라고 했다. 다른 아이들보다 이유식을 1개월 정도 늦춘 이유다. 이유식 초기는 알레르기와 아토피가 걱정되는 때다. 그래서 알레르기 반응이 적은 쌀죽으로 시작했다.

채소도 낯선 재료보다는 쉽게 구할 수 있는 평범한 재료를 사용했다. 국물은 멸치국물이나 닭(안심살)을 기본으로 당근·양파·시금치·단호박 중 한 가지만을 넣고 푹 끓인 뒤 국물만 건져 묽게 죽을 끓였다. 채소는 핸드믹서에 따로 곱게 갈아낸 뒤 섞어 먹였다. 흐물흐물해지도록 푹 끓인 미역국이나 흰살생선으로 죽을 끓여 먹이기도 했다. 이유식 내내 간은 절대 하지 않았다. 혹시나 애린이가 간을 하지 않은 이유식을 거부하는 일이 생길까 과일도 단맛이 적은 토마토만 먹였다.

◇중기 이유식=애린이가 워낙 잘 먹어 8개월부터 한 단계 높였다. 초기와 같은 기본 국물과 채소로 만들어 하루에 두 번 먹였다.

초반에는 혀로 으깰 정도에서 후반에는 잇몸으로 으깰 정도로 만들었다. 가끔 따로 채소를 부드럽게 익혀 2~3로 썰어 넣거나 곱게 다져 두부와 섞어 먹였다. 분유와 함께 먹이는 시기이므로 양에는 크게 구애받지 않았다. 편식을 막기 위해 감자와 고구마를 삶아 체에 내리거나 으깨는 등 재료를 조금씩 늘려 갔다. 후반에는 아보카도나 낫토를 곱게 다져 넣고 만들거나 딱딱한 껍질을 제거한 오트밀을 무르게 끓여 바나나와 요구르트에 섞어 먹이기도 했다. 애린이는 아무런 거부감 없이 잘 적응해 주었다. 토마토를 좋아하는 애린이를 위해 과일 역시 토마토와 바나나를 으깨 섞어 먹였다.

■후기 이유식=10개월째 접어들자 좋아하는 것만 먹으려 하고, 스스로 집어 먹으려는 특징을 보였다. 혼자 집어 먹을 수 있는 크기로 잘라 주고, 잘 먹지 않는 당근은 핸드믹서로 갈아 두부와 섞어 줬다. 시금치를 곱게 다져 달걀찜을 만들어 먹였다. 브로콜리를 다지거나 퓨레를 만들어 좋아하는 음식과 섞어 먹였다.

생후 13개월부터는 점점 양을 줄였던 모유를 끊고 이유식만 먹였다. 밥과 반찬을 따로 먹는 법을 연습시키기 위해 그릇에 따로 담아 주었다. 생선 세 번에 고기 한 번 정도로 먹이고, 기름진 생선도 먹이기 시작했다. 이제까지 먹이지 않던 밀가루 음식도 내주었다. 우동은 삶아 적당하게 잘라 주고, 빵도 애린이가 좋아해 먹이기 시작했다. 양념 하지 않은 김을 살짝 구워 잘라 주거나 소금간이 살짝 된 건조되지 않은 실멸치도 밥이나 죽에 비벼 주기도 했다. 과일은 가리지 않고 다 먹이는 반면 기름에 튀긴 음식은 지금까지도 먹이지 않고 있다.

튀긴 음식은 절대 안 줘요 

지금은 애린이도 엄마·아빠가 먹는 음식을 먹는다. 이유식을 만들다 보니 엄마의 관심과 사랑만 있으면 크게 걱정할 일이 아닌 것 같다. 몇 숟가락 안 되는 이유식을 만들기 위해 따로 재료를 준비하는 것이 쉽지 않을 수도 있다. 나도 그럴 땐 채소를 한꺼번에 넉넉하게 손질해 끓는 물에 데친 뒤 한 번 분량씩 냉동시켜 두었다 쓰기도 했다. 한결 이유식 만들기가 즐겁고 수월했다(요즘은 냉동 용기가 다양하게 많이 나와 있다). 이유식을 하다 보면 간혹 변비가 생길 때가 있다. 이때는 푸룬(서양 자두) 주스나 엑기스를 뜨거운 물에 2~3배 정도 희석해 먹이면 좋다.

박리혜는=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박찬호 선수의 부인이며 요리연구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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