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와 아들 … 2008년판 투캅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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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김종현 주연:안성기·조한선 장르:드라마·액션 등급:15세 관람가

 주인공 강영준(조한선)은 어린 시절, 경찰인 아버지의 비리사건이 터지고 외도까지 더해져 그 충격으로 어머니가 일찍 세상을 떠나는 아픔을 겪는다. 아버지에 대한 강한 반감을 품고 영준은 경찰대학을 나와 경찰을 수사하는 경찰, 즉 내사과 소속의 엘리트 경찰이 된다. 현재 시점에서 영준은 마약 단속정보 유출사건을 추적 중이다. 사건의 단서를 쥔 인물을 찾아 부산까지 가게 되는데, 현지에서 공조수사를 펼쳐야 할 담당 반장은 다름 아닌 아버지 강민호(안성기)다.

아버지는 오랜만에 만난 아들을 정겹게 대하려 하지만, 아들은 그동안 절연하다시피 지내온 아버지와의 재회가 껄끄럽기만 하다. 여전히 비리나 저지르는 게 아닌지 의심스러운 아버지가 이른바 ‘감’에 의존하는 구식 수사방식을 고집하는 것도, 아들에게는 영 마땅치 않은 대목이다.

비리 전력의 고참 형사-의욕 넘치는 신참 형사라는 조합은 안성기·박중훈 콤비의 ‘투캅스’를 비롯, 경찰영화에서 익숙한 설정이다. ‘마이 뉴 파트너’는 이들을 서먹한 부자관계로 설정해 새로운 변주를 가미했다. 즉 이 영화는 사건도 해결하고, 부자관계도 해결하는 두 가지 숙제를 지녔다. 이 두 마리 토끼 잡기는 영화의 전반부까지는 비교적 순탄하게 진행된다. 영화는 아버지에 대한 아들의 감정을 과거 장면의 빠른 편집을 통해 효과적으로 전달하면서 시작하고, 이어지는 첫 번째 액션 역시 속도감이 볼 만하다.  

문제는 이 영화가 두 가지 숙제 사이에서 갈수록 무게중심을 잃어 간다는 점이다. 마약사건은 지역의 경제계 인사와 검사까지 연루된 대형 사건으로 번져 가는데, 이를 펼쳐 보이는 과정은 정교함이 크게 떨어진다. 대신 영화가 내놓는 카드는 액션인데, 이 후반부의 액션은 그 잔혹함에 비하면 이렇다 할 설득력이 뒷받침되지 않아 액션의 구색을 위한 액션이라는 인상을 준다.

아버지와 아들 사이의 감정적 드라마 역시 최초에 영화가 제시한 갈등구도가 점점 희석되면서 힘을 잃어 간다. 현재형의 아버지 강민호는 허허실실로 인정 많고, 여유 있고, 게다가 결정적 단서를 찾아내는 노련함까지 갖춘 인간적 형사다. 자연히 이런 아버지를 향한 아들의 원망이 해소되는 과정 역시 뚜렷한 계기를 찾기 어렵다. 반면 아들 강영준 쪽은 설정만 엘리트 경찰일 뿐 이렇다 할 새로운 수사기법을 선보이는 일이 없다. 더구나 추적하던 용의자나 참고인이 두 차례나 눈앞에서 숨지는 사건을 겪고도, 이 젊은 경찰이 심리적인 상처를 전혀 드러내지 않는 점도 희한하다. 암만 비리 형사라 해도 미워할 수 없게 만드는 안성기의 미소와 조한선의 올곧고 신실한 눈빛은 꽤나 맞춤한 조합이 될 뻔했는데, 이런 장점을 각자 몇몇 장면에서 드러내는 데 그쳐 버린다.

‘마이 뉴 파트너’는 다양한 장르적 재미를 고루 조합하려고 시도하지만, 조합들 사이의 연결고리가 희박해 재미를 증폭하지 못하는 경우로 보인다. 똥개의 눈높이에 카메라를 맞춘 골목길 탐색, 관중으로 가득 찬 야구경기장에서의 추격, 야구연습장에서의 취조(?) 등 색다른 아이디어로 찍어 낸 장면들이나 여자로 살아가는 아들을 둔 또 다른 아버지, 진짜 부자관계보다 살가운 유사 부자관계, ‘좋은 아버지’와 ‘좋은 경찰’의 이율배반 등 극적 요소들이 기둥줄거리와 밀착하지 못한 채 빛을 잃는다. ‘슈퍼스타 감사용’(2004년)을 만들었던 김종현 감독의 두 번째 장편이다.

이후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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