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한방] '반신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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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신욕이 인기다. 동네 목욕탕엘 가도 너나 없이 반신욕을 즐기는 사람들로 만원이고, 반신욕과 관련된 제품들이 불티나게 팔린다고 한다.

조선시대 박생후란 관리가 있었다. 그는 온양에 오래 살면서 각종 의서를 참고해 목욕법을 연구했다. 그리고 세종대왕에게 효과적인 목욕법을 가르쳤다. 그 덕에 왕으로부터 상을 받고 자신의 아들은 벼슬을 얻었다. 우리 고전에는 온천욕으로 질병을 치료했다는 내용이 곧잘 눈에 띤다. 조선시대 세종대왕도 고질병을 고치기 위해 온천욕을 자주 했고,눈병이 낫자 온천이 있는 온수현을 온양군으로 승격시키기도 했다. 질병을 온천욕으로 치유해보려는 우리 민족의 목욕문화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반신욕은 체온의 균형을 잡아주는 것이 원리다. 사람의 체온은 머리는 차갑고,하체는 따뜻한 두한족열(頭寒足熱)상태가 이상적이다. 그러나 실제 심장이 있는 상체와 하체의 온도차는 5~6도가 될 정도로 심한 반대현상을 보인다. 바로 이런 냉한 상태가 만병의 근원이 되는 것이다.반신욕은 하체만 따뜻하게 데워줌으로써 전신의 온도 균형을 맞추고,혈액을 활발하게 순환시켜 운동효과를 내는 것이다. 따라서 손발이 차거나 평소 배가 냉한 사람,또 운동을 하지 않아 몸이 무겁고 나른한 사람에게 탁월한 효과를 발휘한다.

그러나 모든 건강요법이 그렇듯 지나치거나 자신의 체질과 맞지 않으면 건강을 해칠 수 있다.

반신욕은 온도가 중요하다.태음인은 일반적으로 땀을 내야 건강하기 때문에 약간 따끈한 섭씨40도 전후의 물온도가 알맞다. 하지만 선천적으로 기운이 약해 땀을 조금만 내도 탈진하는 소음인, 또 소양.태양인 처럼 내열이 많은 열성체질은 온도를 낮춰 미지근한 37~38도를 권한다. 최근 질병으로 열이 생겼거나 혈압이 높고, 다혈질인 사람은 반신욕이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 평소 입에 침이 마르고 손바닥이 잘 트는 사람,가슴이 두근거리며 빈혈기 있는 사람에게도 권하질 않는다.

반신욕을 하다 어지럽거나 힘이 빠지면 시원한 오미자 차가 좋다. 오미자는 다섯 가지 맛을 내는데 특히 신맛은 더운 열기로 근육이 지나치게 이완돼 탈진했을 때 수축작용을 해줘 기운을 차리게 한다. 반면 인삼차나 생강차는 금물이다. 혈액순환을 돕지만 속열을 더욱 부채질하기 때문이다. 녹용.인삼도 내 체질에 맞아야 보약이 된다. 개인의 체질과 건강상태를 고려해 자신만의 목욕법을 만들어보자.

신준식 자생한방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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