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미로찾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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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광장 한쪽편에는 경찰서가 있고 열차 매표구 안에서는 그 정신과 의사가 기차표를 들고 애타는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다.결국 그녀는 남자에게 달려가 안기고 둘이는 열차를 타고 바다로 달리는 것으로 시나리오는 끝난다….
그러나 아무리 시나리오에서 범죄에 대한 정황을 자세하게 묘사했다고 해서 그것만 가지고 서채영을 체포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랬다가는 매스컴의 웃음거리나 되기 십상이다.그런데 지금 이 서채영과 김민우는 동거를 하고 있다.그들은 마치 신혼부부나 되는 것처럼 깔깔대며 행복하게 살고 있다.끼리끼리 어울린다더니 살인 용의자들끼리 잘도 행복하게 사는 것이다.그들이 잘도 사는꼴을 보면 그네들이 당분간 살인을 저지를 것 같지는 않다.그들은 마치 『먹이 사슬』의 최종 장면 이후 같이 살고 있는 것이다. 세번째 용의자는 미지의 여인이다.살해된 세명의 정신과 의사들은 모두 한 여자를 만나러 갔다고 한다.그 여인은 그 정신과 의사들과 전부터 안면이 있었는지 그들은 흔쾌히 약속을 했다는 것이 간호사들의 증언이었다.그러나 누구를 만나러 갔는지에 대해서는 간호사도,피해자의 부인들도 알지못한다.단지 피해자를 찾는 전화 목소리가 굉장히 앳된 것만은 틀림없었다고 한다.누구냐는 간호사의 물음에 그녀는 단지 이렇게만 대답했다고 한다.
『원장님이 받으시면 무척 반가워할 사람이에요.』 그리고 그 말이 무색하지 않게 원장님들은 무척 반갑게 그 전화를 받고 만날 것을 약속했다고 한다.강태구는 이 여인을 찾는 것에 모든 수사력을 집중시켰다.처음엔 그 여인이 서채영일 것으로 생각하고서채영의 당시 알리바이를 추적했다.
그런데 서채영은 그주에는 『물위에 떠 있는 꿈』의 촬영 스케줄에 따라 괌에 갔던 것으로 밝혀졌다.그렇다면 그녀는 제3의 인물인 셈이다.그러나 아무리 그녀를 추적했지만 그녀의 행방은 오리무중이었다.두번째 정신과 의사의 시신이 발견된 경기도 장흥구석의 한 여관에서 종업원들로부터 몽타주를 작성하려고 했으나 그녀가 모자를 쓰고 있어 얼굴을 볼 수 없었다고 한다.단지 좀작은 체구에 호리호리한 몸집같다는 것이었다.그렇다면 키가 큰 서채영과는 다른 여인임에 틀림없다.
그리고 그 여관 방안의 침대나 이불,벽에는 온갖 잡놈,잡년들의 지문이 엉켜 있어 의미있는 지문 채취도 불가능했다.여관 종업원들은 그녀가 언제 어떻게 빠져나갔는지 도대체 기억이 안난다고 했다.단지 다음 날 정오에 문을 열어보니 한 남 자가 침대에서 목에 피를 흥건히 뿌린 채 죽어 있었다는 것이다.그래서 강태구는 그 정신과 의사들이 공통으로 앎직한 여인을 적극 탐문수사하고 있는 중이었다.그녀만 발견하면 사건은 의외로 쉽게 풀려나갈 것 같았다.그러나 그네들이 공통 으로 알고있음직한 여인은 의외로 발견하기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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