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 따라하기’ 어려워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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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지난달 1일 미래에셋 자산운용은 현대건설 주식 640만6994주(지분율 5.7798%)를 보유하고 있다고 공시했다. 특정 회사의 주식을 5% 이상 보유하게 되면 공시해야 하는 ‘5% 룰’에 따른 것이다. 다음 거래일인 2월 4일 현대건설 주가는 가격제한폭까지 올랐다. ‘미래에셋이 현대건설을 매집하고 있다’는 얘기가 퍼지면서 너도나도 사자 주문을 냈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이런 ‘미래에셋 따라하기’가 어려워질 전망이다. 금융위원회가 펀드의 자산 보유 내역 정보가 시장에 지나치게 빨리 유통되지 못하도록 제도를 고치기로 했기 때문이다.

현재 운용사들은 세 가지 방식으로 펀드 운용 정보를 공개한다. 우선 투자자들에게 3개월 단위로 과거 매매 내역과 현재 보유한 자산 내역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 금융감독기구에는 분기마다 펀드의 운용 내역이 포함된 영업보고서를 작성해 보고·공시해야 한다. ‘5% 룰’도 중요한 공시 의무다. 펀드 판매회사나 평가회사에도 정보를 준다. 판매회사에는 매일 주식과 부동산·파생상품의 1개월 전 보유 내역을 보충해 준다. 채권과 어음은 그날그날 매입분을 통보해 준다.

펀드 운용 내역을 공개하는 것은 투자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규모가 큰 펀드가 수익률을 관리하기 위해 보유 종목의 주가를 관리할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이 퍼지면서 특정 펀드 따라하기가 성행했다. ‘미래에셋 따라하기’가 대표적이다. 결국 특정 종목에 대한 쏠림 현상이 일어나 주가를 왜곡하는 부작용을 낳는다는 지적이다. 특히 일부 증권사의 영업직원들은 ‘특정 펀드가 매집한 종목’이라며 리스트를 만들어 파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금융위는 외국처럼 자산 보유 내역의 공개 시점을 늦추고 공개 횟수도 줄이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금융위 김성진 과장은 “운용사들과 민관 태스크포스를 만들어 펀드 자산운용 내역을 제공하는 범위와 제공 주기 등을 조정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운용사가 수익률 공개의 부담을 피하기 위해 정보 공개를 꺼리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 때문이다. 펀드 평가사 제로인의 최상길 상무는 “정보 공개 시점을 늦추는 것은 시장 왜곡을 막기 위해 바람직하지만, 공개되는 정보 자체를 줄여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최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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