民自 서울시장후보 競選하던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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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12일 정당사상 최대 규모의 경선인 민자당 서울시장후보 선출대회는 정원식(鄭元植)前국무총리를 여당의 서울시장후보로 확정했다.관록의 鄭前총리는 패기를 앞세웠으나 역부족인 이명박(李明博)의원을 제치고 승리를 안았다.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오후내내 진행된 이날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鄭前총리가 후보로 결정되는 순간.당선자가 발표되자 대의원의 환성이 터지며 대회장은 일제히 환호의 도가니.악단의 팡파르에 맞춰 무대앞에 늘어놓은 모형대포 10대에 서 축포가 터졌고 무대옆에서는 오색 테이프와 색종이가루가 일제히 하늘로 쏘아올려져 축제분위기의 절정.
鄭前총리는 두손을 치켜들며 기쁨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었고 선거인단은 연호와 박수로 아낌없이 축하.鄭前총리는『이 감격을 일생 잊을 수 없을 것』이라며『혼신을 다해 승리를 거둠으로써 지방자치를 정착시키고 서울발전의 초석을 놓겠다』고 다짐.鄭前총리는『이번 경선이 본선인 서울시장선거 승리의 밑거름이 되기 위해서는 한층 더 당이 결속돼야 한다』면서 패자인 李의원에 대한격려를 당부.
반면 이변을 기대했던 李의원 진영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며『막판에 판세를 뒤집어 보기엔 벽이 너무 높았다』고 토로.李의원은『각본대로 돼가는 판에 나만 왔다갔다한 것 같다』며 씁쓸해 하는 표정.
○…이에 앞서 선거인단은 鄭.李 두 예비후보를 필두로 이날 오후3시10분부터 대회장에 마련된 48개의 투표소에 질서정연하게 투표.선거관리위원장인 이세기(李世基)서울시지부장의 안내로 맨 먼저 투표를 한 두 예비후보는 환히 웃으며 악 수를 교환.
이어 선거인단은 지구당별로 배정된 기표소에서 투표.투표는 예상보다 순조롭게 진행돼 당초 예정은 두시간이었음에도 한시간여만에종료.이같이 행사가 빠르게 진행된 것은 선거인단의 투표참가율이저조한데도 원인이 있는데 지구당별로 60%안팎의 투표율을 기록.투표에 앞서 李서울시지부장은『민주주의는 승복의 정치문화에서만가능하다』며『두 예비후보에게 승복을 부탁하는 박수를 보내자』고제의하기도.
○…이날 鄭.李 두 후보가 가장 역점을 기울인 부분은 정견발표.이는 선거운동기간이 2~3일간에 불과해 1만2천여명의 선거인단을 고루 접촉하기가 불가능했으며 이때문에 정견발표가 판단에결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았기 때문.
鄭前총리는 유창한 달변으로『서울의 환경.교통.안전.교육.주택문제 등은 정치철학이나 경제지식으로 풀 수 있는 것이 아니다』며『효율적이고 신속한 전문적 행정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해 자신의 행정경험을 부각.鄭前총리는『64년 일본 도쿄( 東京)와 60년대 미국 뉴욕의 경우는 서울의 환경.교통문제가 해결 불가능한 문제만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면서『내생애 마지막 봉사를안전하고 건강하고 쾌적한 서울을 만드는데 바치고자 한다』고 지지를 호소.鄭前총리는『김영삼(金泳三) 총재의 서울시장출마 권유를 받고 고심끝에 결심을 했다』고 은근히 金대통령의 지지가 자신에게 있음을 강조.
반면 두번째로 연설을 한 李의원은『힘은 위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여러분에게서 나오는 것』이라며 뒤집기를 시도.李의원은『야성이 강한 서울에서는 갑자기 나타난 후보나 안일한 발상의 원만한 인물로는 안된다』며 鄭前총리를 평가절하.李의 원은『누구의간섭도 필요없다.투표로 솔직히 판단해 달라』고 金대통령의「후광(後光)」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지구당위원장들을 염두에 두지말고 선거인단의 양식대로 선택해줄 것을 부탁.
〈金敎俊.鄭善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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