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롬비아 사태 악화 … 중남미에 전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6면

 콜롬비아 정부군의 에콰도르 국경 침입으로 빚어진 갈등이 북·남미 대륙 전반의 위기로 확산할 조짐이다. 3일 콜롬비아 당국이 미국 정보기관의 도움을 받아 에콰도르 내 반군을 공격했다고 발표하면서 사태는 더욱 악화되고 있다. 콜롬비아는 남미에서 우파가 집권하고 있는 몇 안 되는 나라다. 반미 성향의 좌파 정권 에콰도르와 그 동맹국인 베네수엘라는 콜롬비아의 행위를 주권 침해로 규정하고 병력을 국경 지대로 집중 배치하고 있어 무력충돌 가능성은 커지고 있다.

◇“미국 정보기관이 공습 지원”=콜롬비아 경찰총수인 오스카르 나란호는 지난 주말 에콰도르 영토 내에 위치한 콜롬비아 무장혁명군(FARC) 캠프를 공습하는 데 미국 정보기관의 지원이 있었다고 3일 밝혔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언급한 뒤 “콜롬비아는 미국 연방기관들과 매우 단단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미국의 어떤 기관이 콜롬비아 군부대의 공격을 지원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콜롬비아 국방부의 한 고위 관계자도 미국 정보기관이 FARC의 2인자 라울 레예스가 위성전화를 사용하고 있고 그 신호를 추적하면 위치를 확인할 수 있다고 콜롬비아 측에 언질을 주었다고 AFP통신에 밝혔다. 콜롬비아 정부군이 레예스가 은신해 있는 FARC의 캠프를 정밀 타격할 수 있었던 것이 미국의 도움 때문에 가능했다는 것이다.

이런 주장과 관련한 미국의 반응은 나오지 않고 있다. 그러나 사건이 불거진 이후 미국이 콜롬비아 정부를 노골적으로 두둔하는 태도를 취한 정황 등으로 미뤄 미 정보기관의 지원설은 신빙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교 끊고 병력 전진배치=이번 사태는 2일 콜롬비아 군대가 에콰도르 영토로 들어가 반군인 FARC의 레예스 대변인과 조직원 16명을 사살한 것이 발단이 됐다. 사건 발생 직후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탱크와 10개 대대 병력을 콜롬비아 국경에 배치하고 공군에도 출동태세를 명령했다. 에콰도르도 콜롬비아와 국교 단절을 선언하고 헬기를 동원해 국경지역에 병력을 전진배치했다.

무력 충돌의 위기감이 고조되자 칠레·멕시코·브라질 등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은 분쟁의 중재역을 자임하고 나섰다. 브라질 정부는 3일 “콜롬비아 정부군의 공격으로 이 지역에 긴장이 최고조에 달했다”며 “사태 해결을 위해 모든 외교적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브라질 정부는 그러나 미국이 나서면 안 된다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 호세 미겔 인술사 미주기구(OAS) 사무총장도 4일 미주 34개국 대표가 참석하는 특별회의를 소집해 사태 해결책 모색에 나섰다.

박경덕 기자
▶ 지구촌 국제뉴스 - CNN한글뉴스 & Live Radio AP월드

ADVERTISEMENT
ADVERTISEMENT